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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빵상녀’와 ‘허본좌’

등록 2008-02-15 00:00 수정 2020-05-03 04:25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pjc@hani.co.kr


‘내 안에 외계인 있다?’

“우주신이 내려서 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빵상녀’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10월 케이블 채널 <tvn>에 출연해 기치료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황선자(47)씨는 “어느 날 우주신이 내렸다”며 알 수 없는 말과 노래를 중얼거렸다. 황씨는 목소리를 쫙 깔고 ‘빵상 빵상’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우주신의 인사말이라고 주장해 삽시간에 ‘빵상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빵상녀는 이후에도 여러 방송에 출연해 “식물과 대화한다”거나 “몸을 투시해 아픈 곳을 찾아낸다”고 주장해, 수많은 패러디의 주인공이 됐다. 빵상녀의 말과 노래를 패러디한 ‘빵상가’는 “빵빵 똥똥똥똥 땅땅 따라라라~ 따띵 똥똥똥똥 띵똥똥”이라며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수없이 반복한다. 빵상녀는 “빵상. 창조신이 무게감 없게 노래를 하면 좀 이상하겠구나. 까라까라 마라마라 쇼루쇼루 샤라샤라. 나의 존재야!”라고 알 수 없는 랩을 한다. 정체 모를 외계어의 뜻을 물으니, “오~ 내가 인간 세계에 와 있으니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구나~”라고 태연하게 선문답을 한다.
누리꾼들은 열광적 수준을 넘어섰다. ‘빵상교’는 신흥 종교집단을 방불케 할 정도다. 빵상녀를 교주로 받드는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차려놓고 ‘신도’를 1만 명이나 불러모았다. 신자들은 ‘빵상가’ ‘빵상말’ ‘빵상경전’ 등 ‘빵상복음’을 전파하며 교세를 넓혀나간다. 특히 빵상가는 ‘베토벤 바이러스 버전’ ‘힙합 버전’ ‘빌리진 버전’ 등으로 리메이크돼 휴대전화 컬러링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빵빵’과 ‘까라까라’ 등의 추임새를 끼워넣은 ‘빵상텔미’가 압권이다.
우주신과 영적으로 교류하는 이 비범한 여인이 평범한 인간과 어울릴 턱이 없다. 그래서 누리꾼들은 빵상녀의 짝으로 일찌감치 ‘허본좌’ 허경영씨를 지목했다. 아이큐 430에 축지법의 1인자이며 외계인과 교신을 자유자재로 한다고 주장하는 허본좌만이 빵상녀와 필적할 만하다는 것이다. 빵상교 카페에선 구속된 ‘허본좌 구명운동’에 500여 명이 서명했고, “결혼식을 추진하자”는 댓글도 올라왔다.
이렇게 지구를 넘어선 ‘우주적 커플’은 범접할 수 없어, 결국 추앙할 수밖에 없게 되는 ‘황당 아우라’로 인터넷 세상을 평정했다. 현실인지 개그인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구분되지 않는 경계 위에서 유난히 매혹되는 또래들이 있다. 허본좌에게 ‘중독’된 ‘초딩’과 ‘중딩’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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