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묘한 느낌이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시간이 흐르고 나도 나이를 먹고 어느덧 2007년도 막바지에 몰려 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종격투기 단체들의 연말 ‘빅매치’가 머잖아 이어질 것이었는데, 한바탕 쌈박질이 벌어진 곳은 우리의 ‘구캐의원님’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지붕 둥그런 집이었다. 청 코너, 10년 동안의 와신상담 끝에 타이틀 탈환의 9부 능선에 올라 있는 전통의 강호, 대한민국 랭킹 2위 한나라! 이에 맞서는 홍 코너, 체중조절 실패로 그로기 상태에 몰려 있는 현 한국 챔피언 대통합!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우리의 한나라. BBK 특검법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이틀째 접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는 대통합, 전기톱으로 문을 따고 링으로 진입합니다. 5시20분!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 한나라,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재고 있습니다.
“뭐하는 거야!” 지붕 동그란 집에 떠나갈 듯 소리를 외치며 대통합, 다짜고짜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어 양손 훅을 날립니다. 영국의 도박사들은 이번 대결의 승자로 한나라를 찍은 지 오래입니다. 한나라의 지지율 48%. 이와 맞서는 대통합의 지지율은 15%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두 선수 의장석 옆 왼쪽 코너에서 엉키기 시작합니다. 마이크를 집어던지고, 평소 권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멱살잡이까지 등장합니다. 대통합의 돌격대는 선병렬 의원! 장판교 위에서 단기필마로 위나라 군대와 맞섰던 장비익덕이 부럽지 않습니다. 한나라의 대표장수 ‘이MB’의 최측근 정두언 의원을 향해 헤드록 들어갑니다. 그 옆을 훌쩍 빠져 의장석 오른쪽 단상을 타 오르는 것은 대통합의 강기정 의원. 표범 같은 몸놀림으로 한나라의 안면에 러키펀치를 작렬합니다. 반격! 한나라의 심재철 의원은 의장석 위를 뛰어오르던 정봉주 의원을 지팡이로 강타합니다.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 싸움은 혼전으로 접어듭니다.
“그러게 왜 거기서 그러고들 있어.” 누군가는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도하 언론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의 후보군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은 실수였던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아, 안타깝습니다.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하남 대첩’의 승자는 김황식 하남시장으로 정해졌습니다! 하남 시민들은 화장장을 유치하겠다는 시장에 맞서 주민소환투표를 벌였고,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는 듯 보였습니다. 김 시장이 소환투표를 진행하려던 주민들을 공무집행방해로, 선관위원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때만 해도 그와 함께 소주 한잔 마셔주고 싶을 만큼 측은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같은 하수들의 기우였습니다. 김 시장을 쫓아내기 위해서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3만5478명)이 투표를 해야 했지만, 실제 투표소로 향한 사람은 3만3057명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은 희극일까요, 비극일까요, 희비극일까요. 온갖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의 행정가 김황식. 그의 앞날에 광영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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