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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놀아보세, 대선 후보 한마당

등록 2007-12-07 00:00 수정 2020-05-03 04:25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2007년 대선 후보 등록을 기념한 보너스! 자~아, 이제 막 동남아 순회공연을 절찬리에 마치고 귀국한 우리의 17대 대선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기호 1번, 정동영! 우리의 정 후보는 역대 기호 1번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기호 1번 가운데 최초로 기탁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후보가 되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습니다. 그의 현재 지지율은 낮게 나올 때는 15% 안팎! 5억원으로 책정된 대선 후보 기탁금을 100% 돌려받으려면 후보가 얻은 투표자 수가 전체 투표자 수의 15%를 넘어야 합니다. 자칫하다가 큰 망신을 당하는 건 아닐까요. 이에 도전하는 기호 2번 우리의 오뚝이 이명박! 매달 빠지지 않고 불거지는 ‘×월 위기설’을 돌파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아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명박 후보가 자랑하는 것은 공포의 ‘돌려막기 신공’. 하나의 비리가 터져 난처한 상황에 빠지면 새로운 비리를 터뜨려 국민과 머리 나쁜 기자들을 혼동시키고 있습니다. BBK 의혹은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으로 막고, 도곡동 논란은 아들·딸 위장취업으로 막으며, 이는 다시 성매매 건물주 파문으로 막다가 할 말이 떨어지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경준씨가 귀국했습니다. LKe뱅크가 뭔지, BBK는 투자자문회사인지, 한때 ‘페리카나 치킨’과 국내 치킨 산업을 양분하던 그 치킨집인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기호 3번은 어느새 시나브로 기호 3번 자리까지 슬그머니 올라오신 우리의 권영길 후보. 이제는 국회의원 9명을 거느린 어엿한 정당의 대선 후보로 자라났지만 ‘국민승리21’이라는 유치찬란한 당명으로 대선에 나섰던 지난 1997년에는 ‘공포의 삼인방’ 허경영·김한식·신정일 후보와 ‘도떼기’로 묶이기도 했습니다. 아,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던 시절입니다.

드디어 그분들의 차례입니다. 우리의 기호 4번,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입니다. 97년 경선 불복과 2002년의 좌절. 그 아픈 10년을 돌고 돌아 다시 국민 앞에 섰습니다. 지금 1%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선전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대선에 처음 도전하는 기호 5번 심대평, 기호 6번 문국현, 기호 7번 정근모 후보를 비웃듯 그 이름도 위대한 허·경·영 후보께서 기호 8번에 자리잡고 계십니다. 1950년 중랑교 다리 밑 가마니 움막에서 태어나 IQ 430의 천재적인 두뇌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 정책 보좌역으로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를 인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셨다는 그분입니다. 주요 공약은 ‘유엔본부’의 판문점 유치입니다. 허 후보는 97년 대선에서 3만9055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 최저 득표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하고 계십니다(나머지 3명 누구야!). 기호 9번 전관, 기호 10번 금민, 기호 11번은 10년 전 ‘그때 그 9룡’ 중 한 명인 이수성 후보. 그리고 12번. 잘 돌아오셨습니다. 역대 무소속 가운데 최고의 포스를 자랑하고 계신, 그래서 얼마 전 계란 마사지를 받으신 우리의 이회창 후보십니다! 자, 그럼, 모두 함께 외쳐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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