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이랜드는 이 랜드, 번역하면 이 땅에 살기 위하여,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학교에서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지만, 이랜드는 이 랜드에 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경찰의 협조를 얻어서 촬영한 호러 다큐멘터리로 알려주었다. 화장실 못 가고 야근을 하면서도 수당도 제대로 못 받거나, 월급을 받기는커녕 파업을 하다가 고소·고발당해서 빚더미에 앉거나, 교섭을 하자고 농성을 하다가 질질 끌려나오거나, 하지 않기 위해서 비정규 노동자만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생생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여주었다. 경찰에 끌려나오던 아줌마 노조원들의 외침은 짧았다. “나 좀 살자!”
이렇게 이 땅에 살기가 힘드니, 이 랜드에 살아남기 위하여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은 유혹이 드는 것 아니겠는가.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가 알려진 이후에 경향 각지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성인남녀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졌다. 를 진행하던 이지영씨, 의 만화가 이현세씨가 사실은 고졸이라고, 학력 위조를 커밍아웃했다. 미대 다니지 않아도 만화만 잘 그리고, 언어학 석사가 없어도 영어 강의만 잘한다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한 것이다. 일찍이 의 정 마담도 이대 나오든 말든 도박판의 꽃이 된다는 사실을 선구적으로 증명하지 않았던가. 오죽 학벌이 쓸 만한 무기면, 경찰에 연행될 위기에 놓이자 정 마담 입에서 나온 마지막 한마디가 “나 이대 나온 여자야!”였겠는가. 잘못은 미우나 사람은 가련한 경우가 있는 법. 이현세씨는 20년 동안 목에 있던 것을 빼낸 것 같은 후련한 기분이라고 했고, 이지영씨는 남들을 속여온 세월을 친딸 행세를 하는 가짜 딸의 죄책감에 비유했다. 단 한 번도 학벌을 이용하지 않거나 학벌에 주눅들지 않은 자, 저들에게 돌을 던져라!
이렇게 외치자, 진짜로 돌을 아니 달걀을 던진 자들이 있었다. 게다가 유명한 저격수가 저격을 당했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DJ 저격수’로 불렸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향군회관에 갔다가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회원 등이 던진 달걀에 얼굴과 몸을 저격당했다. 아니 우익의 거성이 우익의 용사들에게 ‘달걀질’을 당하다니, 시절이 수상하다 아니 이상하다. 용사들은 정형근 의원이 입안한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이 대북 상호주의 원칙을 사실상 깼다며 일떠섰다. 심지어 용사들은 “그렇게 하려면 민주노동당으로 가라”고 그분에게 최후의 막말을 퍼부었다. 아, 배신으로 몸부림치는 그들의 뼈아픈 고통은 역으로 그들이 얼마나 그분을 은혜해왔는지를 증명한다. 그래도 거성은 “테러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도 현장에 갔다”고 한마디 하셨을 뿐이다. 앞으로 우익의 용사들은 거성이 가시는 걸음마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고 깨진 계란을 깔아드릴까. 좌로 쏘고, 우로 막아! 그분의 새로운 형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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