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펀드[f∂nd] 명사. 영어. Fund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활동을 하는 일종의 기관투자가. 즉, 돈을 벌게 해줄 테니 돈을 맡겨보라고 권유하는 주체가 펀드다. 연초부터 계속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 고공행진을 이끈 주인공이다. 은행 적금통장 개수를 헤아리던 짠돌이, 짠순이들이 펀드를 하나씩 꼽고 있다. 커피, 설탕, 금, 물, 동유럽, 지구 온난화, 부동산. 널을 뛰는 명사들이 ‘펀드’라는 이름 아래 가지런히 정렬된다. 미래에 대한 낙관이 펀드의 생명수다.

펀드는 크게 연기금,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로 구분된다. 옆집 아줌마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한 펀드는 대개 뮤추얼펀드이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사적으로 자금을 모으고 대규모 차입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그 특성상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기 어렵다. 이렇게 설명해봐야 아랫집 청년이 지닌 금융지식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주식을 팔 때다. 1929년 미국 대공황 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버지는 구두닦이조차 주식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모두 내다팔아 대공황을 면했다. 1998년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 ‘박현주 펀드 1호’의 출시 이후 대우그룹이 몰락했고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신용카드 회사의 도산으로 펀드도 빈털터리 됐던 시절이 있었다. 당신이 펀드 뺄 때 아랫집 청년과 구두닦이에게 귀띔해달라. 당신이 펀드를 포기할 때 잃는 것은 많다. 펀드 한 주만으로 주주명부, 이사회의사록, 정관, 재무제표를 열람할 권리를 가진다. 전체 주식의 10%를 가지면 회사 해체도 청구할 수 있다.
돈은 이름도 성도 집도 없다. 국적도 없다. 2004년 한국 주식시장의 42%는 외국 자본이었고, 그중 51.2%가 뮤추얼펀드였다. 국민연금이 제2의 론스타에 돈을 굴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존 아저씨가 한국에 낙관할 때 우리는 중국 마오씨를 믿는다. 우리의 낙관과 믿음을 돈으로 바꿔 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마오씨 정말 믿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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