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sano2@news.hani.co.kr
“2주일간 사흘 집에 갔다. 옷 갈아입으러. 하루 4시간 자고 석 달짜리 프로젝트 테스트 일정 맞췄더니 ‘갑’ 쪽에서 다시 하란다. 지옥 같은 일정을 한 달 반복했다. 왜 일정은 항상 절반밖에 안 주는 건지. 10명이 개발할 작업을 왜 3명이 하는 건지. 왜 야근은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내가 꿈꾸는 6시 퇴근, 주 3일 영어학원, 가족과 저녁식사, 주말에 운동, 나들이…. 한국에서 IT(정보기술) 개발자로 있는 한 이건 꿈이다, 꿈….”

돌 지난 아이를 둔 한 직장인이 쓴 사직서가 인터넷에서 회람됐다. 이 사직서를 본 한 프로그래머가 동종업계 종사자의 애환을 담은 동영상을 게임 ‘슈퍼로봇대전MX’로 만들었다.
‘굴욕’편 플레이. 개발자와 악덕 업주가 등장한다. 업주는 ‘연봉 하락’을, 개발자는 ‘힘없는 저항’을 공격 스킬로 선택한다. 전투가 시작되자 업주는 낙하산을 지원받아 ‘밤샘근무 정시출근’ ‘삽질동맹’ ‘킹오브 하청의 도매급 일처리’ ‘야근업무’로 쉬지 않고 공격을 가한다. 개발자는 ‘피로누적, 인재손해, 기력상실’의 손해를 입는다. 업주가 ‘주말출근’ 맹공을 가하자 일주일째 야근 공격을 받은 개발자는 ‘과로사망, 야근수당 0’을 기록하며 “내, 내게도 피플웨어를…”를 외치며 폭파한다. 전투는 ‘사원 수-1, 신뢰도-100%에 프로젝트 실패’라는 결과로 끝을 맺는다.
‘noname’이라는 필명의 개발자는 개그와 풍자 뒤에 냉소와 분노가 있다면서 개발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근무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짧은 기간에 쥐어짜듯 뽑아쓰고는 폐기처분하는 지금의 근로형태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현실에 굴하지 말고 스스로 고쳐나가자고 제안한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기능을 하나하나 배우면서 닷새 동안 만들었다는 동영상은 국내 포털뿐 아니라 루리웹, 유투브 그리고 정보통신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도 올랐다.
동병상련하는 정보통신업계 개발자들의 반응이 요란하다. 포털의 조회 수와 댓글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 블로그까지 찾아와 마음을 터놓는 누리꾼들이 많다. 자신의 처지와 현실의 안타까움을 댓글로 남겨놓았다. “폭렬!에서 뒤집어졌습니다. 개발자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업주들, 싼 게 장땡이라며 입찰서에 도장 쾅쾅 찍는 슈퍼 갑들.” 외국에서 근무한다는 한 개발자는 한국보다야 낫지만 프로젝트 막판이면 여기도 마찬가지라며 싼 중국·인도계 인력이 판치는 세상에 좌절하지 말고 외국어를 배우라고 권하고 있다. 다음아고라에는 ‘IT 개발자들의 야근을 없애달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돼 지금까지 4400여 명이 참여했다. 1탄 ‘굴욕’에 이은 2탄 ‘해방’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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