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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 사전] 야근[jak∂n] 夜勤 명사.

등록 2007-06-29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font color="red">야근</font>[jak∂n] 夜勤 명사.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 밤일. 수당 지급 여부에 따라 ‘돈 받는 야근’과 ‘못 받는 야근’으로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며, 전자의 경우라도 수당이 통상 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이 가산돼 지급되지 않았다면 법률을 위배한 것이다.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고용주는 1천원짜리 지폐를 꿀꺽 먹고 시치미 떼는 자판기만도 못한 존재이지만 우리는 노동부에 신고할 시간이 없다. 야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당 문제를 말하고 싶지만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입도 잠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톰 코이너는 책 (Mastering Business in Korea: A Practical Guide)에서 “당신이 오후 5시나 6시에 집에 온다면 심지어 당신 아내조차도 당신이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각종 기사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재경부 관세국 사무관도, 영화인 B도, 대형 로펌 변호사도, 중소기업 근로자도,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3팀도, 시화공단 외국인 노동자도 야근을 한다. 야근 공화국의 그물에 걸리지 않은 이들은 최근 언론에 알려진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유일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시간외 근무수당 허위 청구 사례는 여러 차례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았는데도 계속된다. 성북구청, 강북구청, 동대문구청, 동작구청 등 서울시 일부 구청과 전주시청, 진주시청 등에서 허위로 야근 시간을 기재해 매년 40억∼70억원의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았다. 모두 팀제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상주시청이 팀제로 개편하자 개편 전과 업무량이 비슷한데도 전시 효과용으로 야근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지난 3월 가 말했다. “한국의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놀고 있다고 간주한다. 직무에 대한 명쾌한 정의도 부족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분명한 기준도 부족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업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모른 척하는 노동부가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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