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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아주 특별한 프리허그

등록 2007-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hani.co.kr

특별한 ‘프리허그’(free hugs) 동영상이 누리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프리허그 운동이란 조건 없이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자는 운동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 단기간에 전세계로 번져나간 캠페인이다. 한국의 대도시에서도 ‘안아드려요’라고 쓰인 푯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이 특별했던 것은 ‘안아드려요’ 푯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앉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겠다고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의 배경은 지난 4월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앞이다.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앉아 ‘안아드려요’ 푯말을 들고 있다. ‘사람들이 과연 허리를 숙여 안아줄까’ 잔뜩 긴장한 모습. 뭐가 그렇게 바쁜지 사람들은 앞만 보며 걷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이들을 향해 어색한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안을까 말까’ 망설이던 한 여성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뛰어와 환하게 웃으며 껴안는다. 장애인들의 표정도 조금씩 밝아졌다. 서류가방을 멘 직장인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 허리를 숙인다. 연인과 함께 나온 한 여성은 잠시 연인의 손을 놓고 따뜻하게 이들의 어깨를 감싼다. 휠체어에 앉은 이들을 안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혀야 했지만 모두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립북부 장애인종합복지관 이재용(31) 팀장이 기획했다. 이 팀장은 “장애인이라고 해도 슬퍼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사랑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행사를 연 3명 중 2명은 장애인이면서 서울시립북부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지원자를 모집했을 때 아직은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장애인 사회복지사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사회복지사 우아무개(27)씨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쳐 앉아 있기 쑥스러웠지만 곧 안아주기 시작했을 때 우리 사회는 아직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은 수많은 누리꾼들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며 댓글을 달았다. 그중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이렇다. ‘그냥 지나간 사람이 장애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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