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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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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신이 몰아주셨나, 청계천 방문객

등록 2007-01-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것은 신의 도움이었을까? 알 수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을 찾은 방문객들이 2006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4천만 명을 돌파했다. 좀더 자세하게 말해 2006년 마지막 밤을 기준으로 한 방문객 수는 4천만9천 명이었고, 2007년 1월11일 현재 방문객은 4067만9017명이라고 한다. 4천만 돌파! 실로 457일 만이다. 서울시는 그 많고 많은 청계천 방문객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고성능 펜티엄4 컴퓨터도 도달할 수 없는 그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신 것은 태고 이래 인간 정신의 최대 발명품이랄 수 있는 ‘어림짐작’이었다. 서울시는 1천만 명을 돌파한 2005년 11월27일까지는 청계천 주요 골목에 공익근무요원 70명을 배치해 일일이 방문객 수를 세더니, 그 이후에는 청계광장, 오간수교 등 주요 지점의 가로×세로 1m 안에 있는 표본 인파 수에 청계천 주변 지역 넓이를 곱했다고 한다. 짝짝짝! 그리하여 2006년의 마지막 날에 청계천 방문객 수가 가뿐히 4천만 명을 넘어주는 감동 스토리가 완성됐다. 그것은 신의 도움이었을까? 여전히 알 수 없다.

“싸움에는 천하무적~ 사랑은 뜨겁게, 사랑은 뜨겁게.” 1월 엄동설한에 웃통 벗고 눈 덮힌 야산을 뒹구는 대한민국 특전사 장병들의 모습이 로이터 사진을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의 모니터로 전송되고 말았다.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계속된 특전사의 기마전, 얼차려, 눈 마사지에 세계 네티즌들은 “한국 군인, 너무 터프하다”고 경악했고, ‘awesome’(굉장한)이라는 형용어구를 동원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8월의 찌는 더위 속에서 미군들이 “물을 충분히 마시라”고 가르칠 때 우린 “물 마시면 퍼진다”고 했고, 1월의 추위 속에서 미군들이 자주 양말을 갈아신을 때, 우린 구멍 난 B급 양말로 버텨야 했다. 아파치 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빼고나면‘진짜 사나이’들의 한국군은 잘 훈련된 ‘보통 사나이’들의 미군보다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택시기사 고기남씨는 더 이상 택시를 몰지 않는다. 그는 몇 년 전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그때 운전면허가 취소됐고, 동시에 개인택시 면허도 취소됐다. 그는 “운전면허를 취소할 때 택시면허까지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 소원도 냈고, 국회에 탄원도 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했고,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보도자료도 돌리고 있다. 택시기사가 술을 마시고 차를 모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에 그의 몸부림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는 많지 않다. 동네 폭력배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신 군산지원 판사님께서도 더 이상 재판을 보시지 않는다. 그도 법복을 벗으셨고, 정든 법원 문을 떠나셨다. 그는 법원에 헌법소원을 내지 않으셨고, 국회는 근처도 가지 않으셨으며, 국가인권위원회나 언론사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으시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서울에서 버젓이 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시다. 아니꼬우면 택시기사 말고 변호사 하라고, 우리 동네 세탁소 박씨 아저씨가 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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