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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통계] 1.7%

등록 2007-01-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전셋값이 1년 동안 1.7% 오른 걸 놓고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동감할 수 있을까?
통계청이 12월29일 내놓은 ‘1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전세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7% 오른 것으로 집계됐고, 이는 2004년 8월(1.7%)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보증금을 올려줬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자주 듣는 터에 한 해 동안 1.7%만 올랐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2년여 만의 최고라니 어리둥절하다.
흐지부지되고는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전·월세 연간 상승률을 5%로 제한하는 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는 점에서도 ‘전셋값 상승률 1.7%’와 ‘최고’라는 조합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에 물어봤더니 대답은 이랬다. “조사 대상 중에는 보증금이 내린 데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평균값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설명이 덧붙었다. “전세 계약이 2년 주기로 이뤄지는 데 따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계약을 갱신한 가구들의 체감도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셋값 상승률은 2006년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셋값이 늘 이런 정도로 낮게 형성됐던 건 아니다. 2002년 2월과 3월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7.7%나 치솟은 바 있고, 2004년 3월에는 1년 전보다 3.0% 오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전세 통계에는 평균값과 계약 주기에서 비롯된 왜곡도 포함돼 있겠지만, 집값에 견줘선 그래도 전세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집값 통계를 보면, 2006년 들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값 상승폭은 평균 11.4%였다. 집값 불안 뒤끝엔 전세 대란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1.7%’ 속에 들어 있는 불안의 싹을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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