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돼지[doae3i] 명사. 영어 pig.
2007년은 육십갑자로 정해년(丁亥年), 돼지띠의 해다. 정해년의 ‘정’(丁)이 오행에서 불을 뜻하므로 정해년은 ‘붉은 돼지의 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음양오행을 더해 계산하면 황금돼지해가 되고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재물운이 있다고 한다. 똑똑한 것보다 재물이 최고인 세상인지라 산부인과 내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입춘이 두 번 든 ‘쌍춘년’이라 결혼하면 백년해로한다는 소문이 돌아 결혼 축의금 낼 일이 잦더니(왜 연말정산에 축의금 항목은 없는 것일까) 이 신혼부부들의 올해 행보는 자연스럽게 득남·득녀로 이어지겠다.
결혼 증가율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03~2005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예식장업 매출이 지난해에는 20% 가까이 증가했다. 쌍춘년-황금돼지해의 황금 코스를 시작한 아이는 최고의 입시·입사 경쟁률 황금 코스를 갈 것으로 보인다. 위로가 되는 건 좌절을 나눌 친구는 많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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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춘년’ 막바지에 ‘쌍춘년’이 사실 무근이라는 말이 돌더니 ‘황금돼지해’가 상술일 뿐이라는 소문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민속학자들은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일이라며 우리 민족의 풍습에서 다산과 다복의 상징인 복돼지를 숭상하는 전통은 있었지만 붉은 돼지, 황금돼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연결지어 좋아하는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에서는 정해년을 ‘황금돼지해’(金猪年)라고 부르며 이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고 한다( 11월25일자).
황당하지만 또 다른 설도 있다. 돼지 돈(豚) 자에는 돼지라는 뜻 외에 자기 아들의 겸칭이라는 뜻도 있다. 이 아이는 ‘돼지 돈’의 앞뒤를 바꾸면 만들어지는 ‘돈 돼지’, 발음하면 ‘돈 되지’다. 올해 애 낳으면 ‘돈 되지’는 독일에도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해 도입된 부모지원금 혜택이 2007년 1월1일 0시부터 발효됐다고 한다. ‘황금돼지해’ 소문을 여성가족부에서 퍼뜨렸다는 설도 있다. 저출산 시대 정책으로. 특이한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 여성가족부의 이번 건은 성공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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