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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노 대통령 유행어 열전

등록 2006-12-08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아마도 그는 대한민국이 배출해낸 최고의 유행어 제조기인지도 모르겠다. 취임 전 그는 장인의 전력을 공격하는 보수 언론을 향해 “그럼 나보고 아내를 버리라는 거냐”고 맞받아쳤고, 검찰 인사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검사들에게는 “이쯤하면 막 가자는 거죠”라고 공격했다. 그의 솔직하고 화끈한 어법은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빙빙 도는 기존 정치인들의 어법과 비교되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그는 “대통령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자신이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GT를 겨냥해 “대통령 한 번 하려고 대통령을 때려서 잘된 사람 하나도 못 봤다”고 말했고, 마침내 “임기 중단”과 “탈당”을 입에 담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복고시대라는데, 다음 시즌엔 대머리 할어버지의 ‘본인은’이나, 물 선생님의 ‘믿어주세요’가 컴백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해보는 소리다.

그러는 사이 옆집 한나라당에서는 예비 대선주자들의 개그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첫 출연자는 흘러간 ‘유신 공주’ 박근해 여사. 며칠 전 부산대에 들르신 여사께서는 “청와대에 살 때 고통이 참 컸다”고 말했다. 오죽했으랴, 그때 쓴 수필집 이름은 이름하여 . 여기서 가뿐하게 개그 한 발 장전. “혹시 여기에 그 책 읽은 분 있으신가요.” 숙연하게 접어드는 분위기를 가뿐하게 반전하는 여사의 솜씨. “그 책이 많이 안 팔렸습니다. 그것도 저에겐 시련이었습니다.” 마빡이가 울고 갔다는 후문이다.
결국 노래방과 노래팡의 대결은 노래팡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음주가무계의 두 강자 ‘노래방’과 ‘노래팡’. 둘의 싸움이 시작된 것은 어쩌면 비정한 세월의 탓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유흥업소로 허가를 받은 단란주점이나 룸살롱들이 노래팡·노래밤·노래밖 등의 이름을 쓰면서 저가 공세에 뛰어든 것이 죄라며 죄였다. 노래팡들이 싼 가격에 술과 도우미들을 과감하게 투입하며 급속히 세를 넓혀가는 사이, 허가 조건상 술을 팔 수 없는 노래방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낙동강 앞까지 처절한 후퇴를 거듭해야 했다. 보다 못한 노래방 업자들 법원에 “우리도 술을 팔게 하라”는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관들은 끝내 노래방의 아우성을 외면하고 말다. “관련 조항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할 가능성을 막고 건전한 생활공간으로 노래연습장을 육성하려는 것이다.” 노래방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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