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국 여성은 방글라데시 여성보다 불행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6 전세계 성 격차 보고’에서 한국은 115개국 중 9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바로 한 단계 위인 91위는 방글라데시. 특히 한국은 출생성비 부문 110위, ‘동일노동 임금평등’ 105위로 꼴찌를 겨우 면했다. 여성의 불행이 남성의 행복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 남성은 우즈베키스탄 남성 보다 불행하다. 한 나라 남성의 행복지수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국제축구연맹(FIFA) 11월 랭킹에서 한국은 51위를 기록해 우즈베키스탄의 45위보다 낮았다. 당연히 이란(38위), 일본(47위)보다도 낮았다. 심지어 의사조차도 불행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함께 발간한 을 보면, 의사는 모델을 빼면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으로 나타났다. 돈을 많이 벌지만, 피를 봐야 하는 탓일까. 이상한 결과도 있다. 모델은 스트레스는 가장 덜 받는데, 직업 만족도는 가장 낮은 직업으로 나왔다. 비정규 모델 일의 특성상 일당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탓이다. 여하튼 이상한 모델이다. 통계를 종합하면, 피를 보지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는 직업이 최고라는 말씀. 역시나 작금의 한국에서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하는 직업은 피도 눈물도 없는 투기꾼, 집부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말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모든 잘못을 ‘뇌무현’ 탓이다, 외치던 그 신문들이 작금의 불행에 침묵하는 이유가 뭘까.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불행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 외치란 말이야!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 시위대를 ‘조지기’ 바쁘기 때문이다. 농민이 왜 우는지, 노동자가 왜 피 토하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울음이 허용된 데시벨(dB)을 넘었는지, 그들의 몸부림이 혹시나 옆사람의 어깨를 쳤는지만 중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자유’를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그들은 집회·시위의 ‘자유’에는 그토록 인색하다. 마침 울고 싶었는데 뺨 때려줘서 고맙다는 듯, 목청을 높인다. 고색창연한 시일야방성대곡풍으로. “최악의 도심시위” “불법시위 엄단하라!”. 조선을 넘어서 대동아 아니 세계에 ‘찌라시’로 퍼지는 그들의 목소리가 시위대보다 시끄럽다. 한동안 절판됐던 불법시위 엄단 3종세트도 등장한다. ‘사법처리, 압수수색, 손해배상청구’. 이어지는 고전적인 늑대소년 권법. “시위대가 ‘신무기’를 동원했다!” 쇠파이프를 장착한 수레전차, 대형 솥에 물 끓여 들이붓기 등 ‘신무기’의 실체가 참으로 고색창연하다. 무슨 석기시대 같다. 전공대로 역사도 왜곡한다. 80년 광주의 시위대를 폭도로 몰았던 그들은 어제의 폭도가 점거한 건물을 이제는 민주의 성지라고 부른다. 얼굴도 바꾸지 않고 “오늘의 폭도가 민주의 성지를 훼손했다!”고 혀를 찬다. 그들의 신무기, 이이제이(以夷制夷) 권법도 잊지 않는다. 영원한 ‘주타방’(주요 타격 방향) ‘뇌무현’을 향해 “엄단하지 못한 니들의 책임!”이라고 꾸짖는다. 친절한 ‘금지씨’는 불법시위 일지까지 써가며 처벌을 독려한다.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라디오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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