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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재닛 리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

등록 2006-09-22 00:00 수정 2020-05-02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애초 그 만남에 기대를 건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노무현과 부시. 그들은 2시간에 걸친 지루한 만남 끝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찾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복잡한 외교적 수사에 익숙지 않은 장삼이사들은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 아무튼 잘해보자”는 뜻으로 그 말을 받아들였다. 언론들은 그 둘의 만남을 ‘동상이몽’이라고 표현했고, 는 한-미 사이의 이견이 “동해만큼이나 넓다”고 비꼬았다. 어라, “동해!” 흥분한 기자 인터넷판에 들어가 원문을 확인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것은…, ‘Sea of Japan’이었다! 우리의 대통령님, 태평양 건너 미국은 도대체 왜 가셨나요?

신문 지면을 넘기다 보면,

그래도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문제가 터진 곳은 경기도 수원에 있다는 청명고등학교다. 학생들은 강화된 머리 길이 제한 규정에 맞서 집단 행동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지루한 ‘야자’ 시간에 맞춰 교실 전등을 끄고 촛불을 켰으며, 교실 밖으로 수백 개의 종이비행기를 날리기도 했다. 고딩들의 반항치고는 다소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학교의 판단은 달랐는가 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집단 행동을 이끈 주동자를 색출해 자퇴서를 쓰도록 강요했고, 언론과 접촉한 학생들을 찾는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2000년 그들의 선배들이 “두발 자유”를 외치며 같은 행동을 벌였을 때, 사회는 그들의 자퇴와 퇴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기사 제목은 이렇다. “아직도 이런 학교가…”. 야만을 야만으로 인식할 줄 아는 사회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예수님은 그윽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했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단상 앞에서는 헌법재판관 선출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었고, 의원으로 변신에 성공하신 ‘그때 그 아나운서’께선 좀 지루해지셨을 뿐이다. 의장님 눈치 보며 인터넷 바다를 누비시던 우리의 의원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포켓볼 스타 재닛 리에게 그만 ‘필’이 꽂히시고 말았다(나이 차이를 고려할 때 ‘연예계 최고의 패션 리더’ 이아무개양에게 꽂히시고 만 같은 당의 이군헌 의원보다는 취향이 다소 고급이라는 느낌은 있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며 잠 못 이루시는 이한구 의원은 모니터 안으로 뛰쳐들어갈 듯한 분위기신데, 경무관 승진에 탈락해 경찰문을 박차고 나오셨던 엄아무개 의원은 차라리 넋이 나간 표정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성토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나가던 누리꾼의 한마디로 사태는 수습 불능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이래서 정권을 잡아야 하나 보다. 허구한 날 힘 없는 야당만 욕보인다!” 아예 말을 말자.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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