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된장녀[do∂nd3aŋ] 명사.
‘된장’에 여자를 의미하는 ‘녀’가 붙은 합성어. 여기서의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소금물에 이 메주를 띄워 만드는 한국의 전통 장이 아니다. 된장녀는 ‘외국의 문화, 명품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을 일컫는다. 대관절, 어떻게 이런 뜻으로…, 된장이 입이 있다면 ‘젠장’ 소리가 나올 만하다. 기의와 기표의 격차는 네티즌 언어의 중요한 특질이다. 이 격차를 따지기 위해서는 유래를 되짚어가봐야 한다. 유래는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는 ‘젠장녀’에 역구개음화를 적용해 ‘덴장녀’가 되었다가 ‘된장녀’로 정착했다는 설. 두 번째는 외국인과 사귀고 싶어하는 여자를 “그래봤자 된장”이라고 부른 데서 시작됐다는 설. 세 번째는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김치’ ‘된장’ 운운했던 것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된장녀’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여자’로 의미 해석이 따랐다.
위의 유래는 네티즌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는 여성들을 카테고리화한다. 그리고 이 카테고리화를 통해 네티즌 남성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에서 ‘젠장녀’의 탄생 배경이 된 사람들은 여성주의자들이다. 인터넷에서는 여성주의자의 글에 유난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남성 네티즌은 페미니스트들의 ‘남성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개인 남성’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페미니스트’의 줄인 말인 ‘페미’는 그 말 자체로 비난이다. 기존의 권력에 문제 제기하는 시선은 당연히 불안감을 야기한다. 두 번째, 외국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네티즌 남성의 비난 대상이다. 진화심리학에서 자신의 번식을 장담하지 못하게 된 남성들의 비난과 분노는 상식이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그 분노는 상대를 대하기가 버거울수록 더 높아진다. 세 번째 카테고리의 일본은 남성으로만 특화되지 않는 네티즌의 혐오 대상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때 나돈 일본 침몰 동영상에 네티즌들은 ‘상식 밖’의 환호를 보냈다. 네티즌은 “일본인들이 비하할 때 쓰던 말을 어떻게 그대로 받아쓸 수 있으냐”고 항변한다. ‘된장녀’는 ‘네티즌의 폭력성’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로 ‘재고’의 대상이 된다.
‘된장녀’는 과하게 발효돼 자매품으로 ‘된장남’ ‘고추장남’을 낳았다. ‘된장남’은 ‘된장녀’ 같은 ‘된장남’이다. ‘고추장남’은 구질구질하게 하고 다니는 남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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