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10만원짜리 싸구려(?) 시계가 1천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로 둔갑했다. 명품의 달인이라 불렸던 강남의 사모님도, 연예인 아무개씨도 모조리 속았다. 유럽의 귀족들에게만 한정 판매되던 ‘빈센트 앤 코’가 한국의 여러분을 위해 ‘언리미티드’하게 제공된다는 사실에 감격해 마지않았던 ‘프레스티지한’ 패션잡지도 속고야 말았다. 명품 공화국이라고 자부하던 대한민국에 이게 웬 ‘개망신’인가. 아니다. 이것은 자랑이다. 우리에게는 “청담동의 필립”이라고 불리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2000년 스위스에 상표와 법인등록을 해두시고, 유령회사까지 차리는 치밀함으로 명품의 신세기를 예비하셨다. 1억3천만원짜리 론칭쇼를 열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차단하시고, 세계의 1%만이 찬다는 공갈로 말 많은 입들을 막으셨다.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이야기다. 영화 의 모델인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2세를 뺨치는 일이다. 우리의 필립이 성공했더라면, 세상에 한줄기 희망이 생겼을까. 당장 필립을 모델로 한 영화 를 제작하라! 반드시 해피 엔딩으로!
또다시 옳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열혈 보수 청년단체인 자유청년개척단이 북한의 혁명열사릉을 참관한 노조 간부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마당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의 서울지부 김병관 회장이 2002년 10월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 동상에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 게 정칙”이라는 말씀도 남겼다. 열혈 보수 청년들이 “김병관을 제명하라!”고 외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김병관 회장의 충심도 이해가 된다. 아마도 그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동상의 주인은 “장군님” 아니던가. 그분은 비록 몸은 향토에 있지만(재향!) 마음은 국경을 초월하는 군바리의 국제연대를 꿈꾸는 분임이 틀림없다. 그래, 군인이 장군님께 헌화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더냐. 내 보기엔, 장군님께 헌화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 그들이 문제다. 그런데 김병관이란 이름이 낯익다. 갑자기 고려대 앞의 김병관 회장님이 떠오르네, 희한하네~.
옳지 않은 말들이 자꾸 쏟아진다.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말에 이어서 ‘친미자주’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이 등장했다. 청와대의 가훈은 ‘언행일치’임이 틀림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그 프로 의 ‘언행일치’ 코너를 흉내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행동이 말을 배반하는 ‘언행불일치’를 이토록 지속적으로 실천할 리가 없지 않은가. ‘좌파 신자유주의’를 통해서 말은 (그나마) 좌파적으로, 행동은 (매우) 신자유주의적으로 하는 시범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친미자주’라는 유행어로 “자주적으로 친미한다”는 부조리를 행하신다. 거기에 ‘친미자주’를 ‘미친자주’로 해석하는 보수언론까지 가세하니 정말로 코미디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부터 아이들까지 부조리 개그 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국시는? “언행일치!”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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