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터넷스타] 아유미의 원숭이 무릎

등록 2006-07-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news.hani.co.kr

월드컵 열풍으로 누리세상도 파업을 선언했다. 모든 뉴스의 초점이 월드컵에 쏠려 있었기에 누리꾼들의 재기발랄한 패러디는 월드컵 열풍 속에 묻혀버리거나 월드컵에 관련된 것뿐이었다. ‘풍요 속 빈곤’의 상황에서 한국인 여가수가 ‘인터넷 스타’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었다. 여성 댄스그룹 ‘슈가’의 아유미였다.

아유미는 노래 부르는 모습보다 코미디 프로에서 더 자주 보이는 직업이 의심스런 ‘가수’다. 그의 인기 비결은 재일동포 출신다운(?) 어눌한 한국말 때문이다. 여동생 같은 순진함이 배어나오는 그 모습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롤리타 콤플렉스’를 건드렸다. 한국말도 못하는 사람을 TV에 내보내도 되느냐란 비난도 있었지만 아유미는 꾸준하게 인기를 끌었다.

최근 아유미는 변신을 위해 ‘섹시함’을 내세운 새로운 콘셉트의 화보를 찍었다. ‘순진’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화보는 아유미의 의지를 보여주듯 과감한 노출과 포즈로 구성됐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아유미의 섹시한 변신에 환호를 질렀어야 했음에도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누리꾼은 섹시한 포즈를 취한 아유미의 사진 속에서 ‘원숭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문제의 원숭이는 바로 아유미의 ‘무릎’이었다. 교묘한 각도와 조명, 그리고 살접힘(?)으로 인해 아유미의 무릎이 흡사 원숭이의 얼굴처럼 보였던 것.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의 누리꾼 ‘어후’의 예리한 눈썰미에 의해 발견된 원숭이는 각종 포털 등에서 ‘아유미 원숭이’라는 신종 검색어를 탄생시키며 단번에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저게 무슨 원숭이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누리꾼들을 위해 누리꾼 ‘TAZ’는 무릎 위에 원숭이 스케치를 한 ‘재생산’된 패러디를 선보임으로써 얼마나 똑같은지 직접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섹시함’으로 변신을 노린 아유미는 다시 한 번 ‘아유미 원숭이’로 내키지 않은 ‘코믹 여가수’의 이미지를 이어가야 했다.

누리꾼들은 ‘아유미 원숭이’를 보고 갖가지 ‘댓글’들을 쏟아냈다. “아유미 변했다. 옛날엔 순진했는데”(dsf)라고 아유미 변신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는가 하면 “반대쪽은 개미핥기네”(유)라며 다른 무릎도 동물을 닮았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섹시함’과 아유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리꾼 ‘ㅋㅋ’는 “아유미는 아무리 섹시하게 입어도 뭔가 2% 부족해. 왜 그럴까”라고 아유미의 ‘변신 실패’를 꼬집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