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cslee@news.hani.co.kr
웃으면 복이 와요? 과연 그런가? 누리꾼은 아니라고 말한다.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개그맨들은 온갖 묘기를 부리고, 더 예쁘게 보이려고 모델들은 아름다운 미소를 짓지만 항상 ‘소문만복래’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최근 뜨는 ‘썩소’(썩은 미소)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무언가를 보고 비웃는 것 같은 미소나, 의도적으로 취한 기분 나쁜 얼굴 모습을 일컫는다. 하지만 메시지는 없다.
그냥 말 그대로 ‘썩은 미소’다.
이 말의 유래는 SS501의 멤버인 박정민의 사진을 보고 한 팬이 “썩었다”라는 댓글을 단 것을 시작으로 팬들이 ‘썩소’라는 애칭을 붙여준 데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민은 썩소로 확실하게 떴다. 누리꾼은 박정민의 썩소 사진 수십 장을 퍼뜨리며 일대 유행을 일으켰다. 박정민이 썩소 원조라는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마니아답게 누리꾼들은 썩소의 시초를 찾아 멀리까지 나섰다. 일본 만화 의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라는 주장과 의 기하라 마사키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누가 썩소의 진짜 원조인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대신 누가 ‘독특한 표정’을 지었는지가 관심이다.
우연히 TV 화면에 잡힌 백댄스의 표정에 “뒤에 잡힌 사람~ 썩소 제대로다”는 평가가 나오고, 복고댄스의 여왕 배슬기의 자연스러운 썩소도 회자됐다. 이효리의 표정 한 컷도 썩소가 되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아직 뭔가 2% 부족해요”였다. 개그맨인 옥동자 정종철에 대한 평은 딱 한마디. “아~ 최강.”
썩소의 대왕은 누구인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최고의 썩소를 뽑는 투표를 진행 중이다. 현재 후보에는 동방신기의 시아준수와 믹키유천 그리고 SS501의 박정민과 김현중, 슈퍼쥬니어의 김희철과 강인이 누리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또 포토갤러리 연예인 ‘썩소선물세트’(?)에는 북한의 김정일·정철 부자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썩소계의 최강자에 도전하고 있다.
썩소계의 최강 논쟁은 애니메이션계로 옮아간다. “썩소계의 최강은 짱구다.” 짱구의 ‘음융한 눈빛’ ‘사랑스럽지만은 않은 치아’ ‘빨간 마스크를 능가하는 웃음’. 인터넷에 올라온 짱구의 모습은 과연 애니메이션 썩소의 최강자답다.
누리꾼에게 썩소의 활용 범위는 넓다. 썩소 따라하기, 썩소 시간표, 썩소 그리기도 유행이다. 박정민의 썩소를 따라하려는 누리꾼의 몸짓도 그대로 썩소다. 또 ‘썩소 시간표’를 직접 만들고, ‘라이토 썩소’를 직접 그려서 인터넷에 올리는 누리꾼도 있다. 이러다 앞으로 사진 찍을 때 ‘김치’ 대신 이렇게 외치는 것 아닐까? “다 함께 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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