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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넌센스] 안상수 울리는 안상수

등록 2006-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분이 오시었다!
그분을 보면 뼈저린 각성의 바늘을 찌르게 된다. 그 엽기적 상상력! 저 무데뽀 발언력! 아 절묘한 타이밍! 우리 시대 진정한 넌센스쟁이, 지만원 선생님! 그분의 이달의 어록에는 “5월 광주처럼 평택 폭도들에게 발포했어야!”가 추가됐다. 지난달의 어록에서는 5월 광주를 “시체놀이”에 “놀아난” “양아치 계급의 난동”으로 비유하시었다. 평택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미국으로, 그분의 오지랖은 태평양도 품으신다. 지난해에는 “흑인은 냄새가 나고, 마약을 하고, 게으르다”며 “그들(흑인 같은 한국 사람들)이… 노무현을 찍었다”고 말씀하시었다. 지구촌이 좁아서 역사도 아우르신다. “(한국이 일본에) 먹힐 만하니까 먹혔다” “김구는 빈 라덴” “정신대 할머니는 은장도로 자결했어야” “빨갱이 피는 유전”. 군사 문제로 갈고닦아 폭탄 발언을 쏟아내신다. 현대사의 굽이굽이마다 그분의 침자국이 낭자하지 않은 곳이 있더냐! 북에는 장군님 어록이 있다면, 남에는 지만원 어록이 있다. 만세!

안상수가 사고치면 안상수가 고생한다.
당연한 말씀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이 사고치면 안상수 국회의원이 고생한다. 천만의 말씀 같지만 당연한 말씀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이 화끈하게 일을 저지르면 안상수 의원실 전화통에 불이 난다. 안상수 시장이 “단지 여기자와 친해지고 싶어서”라고 최연희 의원을 감싸자 역시나 안상수 의원실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하마터면 본인도 전화할 뻔했다. 정말 그 안상수가 그 안상수인 줄 알았다. 안상수 의원, “정말 짜증 지대로”겠다. 사고는 인천 안상수가 치고 고생은 과천 안상수가 하는 넌센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안 시장의 동생이 건설업자에게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받았을 때도, 안 의원은 굴비 엮듯이 엮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안 시장의 흑기사 노릇을 했다. 굴비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고 안상수가 안상수에게 전화를 해서 “나 때문에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고 했다나? 그런데 안상수와 안상수는 소속당, 출신대학, 나이까지 똑같다. 혹시 당신들 솔메이트?

차두리는 월드컵을 못 뛰지만, 차‘둘이’는 월드컵을 해설한다.
동명이인이 아니다. 차범근과 차두리, 차씨 ‘둘이’ 월드컵을 해설할 것 같다는 말씀. 차 감독은 이미 “아들과 마이크를 잡고 함께 해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 함께 해설하는 것이 나쁘지 않으나 다만 독일어로 해설하는 것이 우려될 뿐이다. 차두리는 한국 언론과 말붙이기를 싫어하고, 독일 언론과 인터뷰하기를 좋아한다. 독일 사랑은 부전자전. 그래도 한국의 부자는 너무나 점잖다. 부자의 자부가 무너지기는 잉글랜드도 마찬가지. 이언 라이트의 아들 션 라이트 필립스가 월드컵 선수 명단에 빠졌다. ‘삐친’ 이언 라이트는 에릭손 감독을 향해 “라스베이거스 도박꾼 같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아버지가 독기를 품으면 오뉴월에도 월드컵 경기장에 서리가 내린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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