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난 너, 소년 웰컴
관광객들이 누리는 거대한 자연과 의료 기술은 언제 네 것이 될까
▣ 요하네스버그=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모두 16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의 짐 찾는 곳에서 1시간여를 헤맸다. 일행의 가방 하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적사항을 남기고 공항 밖으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공항 내부 곳곳에서 국내 기업의 휴대전화 광고판이 눈을 사로잡았다. 더구나 공항 밖엔 10m를 훌쩍 넘어설 휴대전화 손 조형물이 오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들기도 했다. 올 6월20일 설치한 휴대전화 광고판이 요하네스버그 공항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렇게 남아공의 관문에서 ‘우리’를 살포시 느끼며 소웨토의 ‘너’를 찾아가는 우리의 일정이 시작됐다.
그들만의 마이카… 벌집은 끝없이 펼쳐지고
사실 우리가 너의 나라 남아공에 대해 아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것들이었다. 금과 다이아몬드, 희망봉, 야생의 세계, 악마의 열매, 무지개 나라 등과 노벨상 수상자인 투투 주교와 넬슨 만델라, 존 쿠치에 등이 떠오르는 게 고작이었다. 1990년 인종차별법의 폐지로 국제사회 시스템에 재통합되면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African National Congress)가 집권에 성공해 국제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아프리카의 유럽이라 불리는 남아공이라 해도 어디에선가 코끼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원주민과 함께 굶주림·전쟁·고아·에이즈 등이 연상되는 탓이었다.
그런 선입견은 버스에 오르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요하네스버그 도심쪽으로 뻗은 공항로는 오전 10시를 지난 시각임에도 서울의 러시아워를 방불케 했다. 운전기사는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디를 가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심 출입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던 것이다. ‘마이카’로 상징되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느꼈다. 실제로 남아공의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전체 아프리카 경제의 20%를 차지하며 남부아프리카 개발공동체(SADC)에선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그것이 인구의 10%에 지나지 않으면서 평균소득 수준이 2만달러로 추정되는 백인들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남아공은 아프리카 정치·경제 통합에 나서고 있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아프리카인 스스로의 힘에 의한 정치적 자주와 지역공동체 형성을 통한 아프리카 부흥”을 정치철학으로 내세우며 ‘네파드’(NEPAD·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주도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양 날개로 삼으면서 만성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도 보였다. 차창 밖으로 공공 토목공사 현장이 즐비하며 수백만의 극빈계층에게 제공할 주택들이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도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고급 주택가를 지나면 어김없이 난민 수용소를 떠올리게 하는 벌집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런 지역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너를 닮은 아이가 손을 내밀 것만 같았다.
물론 웃음을 머금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부터 107년 전에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크루거 국립공원도 너를 닮은 아이를 품지 못했다. 14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는 ‘사파리 로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고 ‘게임 리저브’라 불리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오가는 지프를 구경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크루거의 ‘빅 파이브’(사자·코뿔소·코끼리·버펄로·표범)를 즐기는 것 역시 남의 일이겠지. 경상도 크기의 공원 면적을 1만2천V 고압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싼 것은 야생의 서식환경을 보호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의 친구가 되려는 아이들을 가로막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가 크루거 국립공원 스쿠쿠자 캠프 인근에 있는 환경교육센터에서 30여명의 초등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가치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자연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며 명예 후원자로 나선 ‘마이 에이커 오브 아프리카’(My Acre Of Africa)가 주관하는 ‘키즈 인 크루거’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린이들이었다. 그곳에서 티셔츠까지 한벌씩 얻어 입은 우리는 난생처음 크루거에 ‘진입’해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의 뼈와 화석에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자연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것도 1년에 6천여명의 학생과 400여명의 교사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고 했다.
소웨토의 봉기와 광주의 비극
만일 크루거 국립공원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환경교육센터에 일일 입소하려면 적어도 2시간 안팎을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그것도 한대밖에 없는 전용버스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이 40명으로 제한돼 있다. 더욱이 너의 고향인 소웨토 등지의 어린이들을 맞이하려면 숙소도 있어야 한다. 지난 2003년 9월에 선보인 환경교육센터에는 침상 하나 놓여 있지 않다. 네덜란드 관광객으로 들렀다가 관리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미셸 호프메이어가 ‘벽돌 한장’을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키즈 인 크루거’ 프로젝트에서는 벽돌 한개에 최저 449랜드(약 7만2천원)씩 기부받는다. 이날 우리 일행도 벽돌 한장을 기부하기로 했다.
여전히 너에게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크루거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온 종일 차량으로 이동하다시피 했다. 어느 순간 밀집 주택가가 눈에 들어오면서 소웨토에 들어온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화 <사파티나>에서 스타를 꿈꾸던 여학생이 꿈 속에서 넬슨 만델라가 되어 자유의 날이 오리라고 연설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만델라 기념관이 있는 야트막한 비탈길을 올랐다. 거기엔 영화보다 지독했던 폭압에 영문도 모르고 목숨을 잃어야 했던 13살 소년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1976년 6월16일 백인 정부의 언어정책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다 총탄에 맞은 첫 희생자였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너는 소웨토의 봉기를 떠올리게 하는 현대사의 비극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4·19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김주열 열사와 1980년 5월 군사반란에 저항하다 죽어간 광주 영령들을 말이다. 서로 확인은 하지 않아도 안으로 흐르는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일행의 대다수인 고교생 또래의 아프리카 친구들을 만난다는 게 설렘이었다면 다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너의 삶터에 깊숙이 들어가는 게 두려움이었다.
해거름에 숙소를 떠난 차량은 어둠이 깔린 뒤에 너를 만날 본지스네 식당에 도착했다. 버스의 전조등이 식당 앞의 무리를 비추었을 때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너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놀이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친구들을 만난다는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우리네 시골 잔칫집에 들어온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노래방 혹은 클럽 등지에서나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드는 데 익숙한 우리에겐 작은 충격이기도 했다. 물론 서로 섞여 둥근 원으로 둘러서 16바퀴나 돌았을 때 이미 우리는 남이 아니었다.
흥겨운 놀이로 환대, 작은 충격을 받다
드디어 너를 만났다. 너는 16살의 고등학생 ‘웰컴’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은 ‘넬슨 만델라’라면서 좌중을 휘어잡았다. 조금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어깨를 움직여가며 환영사를 하던 너를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춤과 노래가 있던 ‘야외 축제’를 마친 뒤 식당에 들어섰을 때 정성스럽게 차린 소웨토의 토속음식이 있었다. 어떤 친구는 웨이터 복장으로 음료를 주문받았고, 또 다른 친구는 민속음악을 준비해 들려주었다. 서로 포만감을 느낄 무렵 의자와 식탁을 밖으로 옮기면서 2부 축제가 이어졌다. 소웨토의 춤꾼은 모두 모인 듯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 전통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불과 두어 시간 만에 너와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듯했다. 야외의 어른들은 ‘아리랑’ 몸짓에 흥겨워했다.
그것은 우리로선 예상치 못한 환대였다. 너와 친구들을 뒤로 하고 버스에 올랐을 때 서늘한 겨울에 온몸에 땀이 흘렀다. 언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버스 안에선 만델라와 퓨마·아디다스(별명) 등에 관한 이야기에 연방 웃음이 터져나왔다. 우리 일행에 남학생이 없어서인지 너의 여자친구를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었다. 우리로선 준비하지 못한 만남이었기에 너에게 전한 것은 없다시피 했다. 이에 견줘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너의 삶과 문화를 가슴에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요하네스버그 공항을 떠나면서 소웨토의 너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남아공의 미래는 너와 친구들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동안 ANC는 아프리카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흑인의 집권층과 상류층 창출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ANC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남아공노동조합연합 ‘코사투’(Cosatu)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도 했다. 코사투에겐 정부의 정책이 소수의 흑인 신흥부자층을 양산하는 것으로 비친 탓이다. 흑인 거주지역의 너와 친구들 역시 정부 정책의 수혜자로서 영국 등지로 ‘조기유학’을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1인당 GDP가 3500달러쯤이면서도 하루에 1, 2달러로 연명하는 수백만의 극빈층을 떠올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형수술 위해 남아공을 찾는 사람들
우리는 본지스네 식당으로 향하기 전 요하네스버그대학 소웨토 캠퍼스에 들렀다. 황토색 건물이 이룬 아담한 캠퍼스에서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게 있었다. 바로 도서관 한쪽 귀퉁이에 있던 ‘콘돔 무료 배포기’였다. 현재 남아공 성인(15~49살)의 에이즈 감염률은 20%(560여만명)로 추정된다. 한달에 4천여만개의 콘돔을 배포하는데도 하루에 600여명이 에이즈와 관련된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로 인해 기대 수명이 40살 이하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너와 친구들의 미래에 먹구름이 낄 게 틀림없다.
현재 남아공은 에이즈 환자 치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에이즈와 관련된 대표적 시민단체인 ‘치료행동 캠페인’(TAC)에 따르면 에이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환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자랑하는 남아공임을 생각하면 뜻밖의 일이다. 실제로 남아공 케이프타운 의과대학 흐루이트스키어병원 버나드 박사팀은 지난 1967년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금도 주택가나 관광지 인근에는 의료시설 단지가 즐비하다. 이런 고급 의료시설은 내국인 치료에 나서기보다는 ‘성형 투어’에 나선 관광객들을 위한 게 대부분이었다. 앞선 의료기술로 외화벌이를 하는 셈이다.
요즘 많은 관광객이 성형수술을 위해 ‘메디컬 패키지’로 남아공을 찾는다. 영국만 해도 해마다 수천명이 남아공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자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몸을 만들어 얼굴을 붕대로 칭칭 둘러매고 사파리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면거상술이 대략 550만원, 가슴 확대가 300만원, 가슴 축소가 350만원가량이다. 이는 수술·입원·약물 등의 비용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프레토리아 인근의 신도시 센투리온의 성형 클리닉 ‘차난’의 찰 마라이스 박사는 성형과 미용에 관한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국 관광객들도 만족할 것”이라며 성형투어를 은근히 권했다.
만일 우리가 케이프타운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이석호 교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너를 만난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코이산족 여성으로 파리의 인종전시장에 끌려간 여성에 관한 한-남아공 합작연극 <사라 바트만>을 연출하기도 했던 이 교수는 “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구적 경쟁에 나설 수조차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남아공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인종화합 모델을 만들고 있다. 특정 인종이 모든 것을 움켜쥐고 다른 쪽을 끼워넣는 식이 아니라 서로가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말쯤 사라 바트만과 종군위안부에 관한 합작영화 시나리오를 탈고할 예정이다.
인종화합 모델의 성공을 기원하며
정말로 너가 사는 남아공은 ‘무지개의 나라’였다. 종족·인종·종교·언어·자연 등의 다양성을 표현한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말이 의료 분야까지 확대된 형국이다. 너는 아프리카의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성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너의 세계를 바라보던 서구적 잣대를 버리고 문화의 보편성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이는 이석호 교수의 바람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느끼도록 도와준 사람들, 너의 ‘희망봉’에 다가서려는 친구들이 여기에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바이 당키’(Baie Dankie·고맙다의 뜻의 아프리칸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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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위협하는 개체 수 증가… PZP 피임법 등장
지상에서 가장 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 136종의 포유류를 비롯해 103종의 파충류, 수백종의 조류 등 750여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121종의 관목과 1250여종의 허브, 235종의 잔디, 27종의 양치류 등이 어우러져 거대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개체 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크루거 국립공원이 전체 면적을 16개 환경지역으로 나눠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크루거 국립공원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코끼리 개체 수가 크게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1만5천여 마리로 추정되는 코끼리 수가 5년 뒤에는 2만 마리로, 10년 뒤에는 3만 마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야말로 ‘코끼리 천국’이 되는 셈이다. 사파리 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코끼리지만 국립공원 전체의 생물 다양성을 생각하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코끼리가 크루거의 식물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코끼리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생동물 연구자들은 코끼리의 급증이 생물 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무엇보다 초목의 식생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탓이다. 예컨대 나무들의 식생이 큰 나무에서 작은 나무로 바뀌는 식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큰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크루거의 조류 40%는 터전을 잃게 된다. 일부 연구자는 크루거의 코끼리가 7천여 마리 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과학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동안 크루거 국립공원은 ‘목초지에 따른 동물 부양 능력’에 기초해 코끼리 관리 방침을 세웠다. 만일 목초지를 ‘먹이’로만 여긴다면 크루거 국립공원에 5만에서 6만 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할 수 있다. 하지만 목초지는 생태계의 근간으로 작용하기에 보호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생물 다양성에 기초한 동물 부양 능력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크루거 국립공원 메인 캠프인 스쿠쿠자의 환경관리인 해롤드 음들룰리는 “적절히 이주대책을 세우고 불임과 유산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크루거의 일부 암코끼리들은 ‘PZP 프로그램’이라는 피임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는 코끼리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PZP’라는 백신으로 정자가 난자에 수정되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이 시술을 받은 암코끼리는 5년 동안 불임이 유지된다. 또 다른 방법은 수코끼리를 대상으로 하는 정관절제술이다. 남아공의 첨단 의료기술을 동원해 수코끼리의 수정관 5cm가량을 복강경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런 수술을 받은 ‘중성’ 코끼리들은 불임을 나타내는 목줄을 달고 크루거를 활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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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은 대자연의 풍요로움과 활기 넘치는 다양한 문화가 숨쉬고 있다. 서쪽으로는 대서양이, 동쪽으로는 인도양이 흐르면서 수많은 볼거리를 잉태한 것이다. 어디를 가든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루지도 않아 자연에 어우러진 문화유산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지난 7월14일 유엔교육과학기구(유네스코) 2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프레드포트 돔이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돼 남아공은 7곳의 세계 문화 자연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로빈 아일랜드(1999년 선정):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의 수감 기간 가운데 18년 동안 갇혀 지낸 곳으로 유명하다. 억압에 맞선 민주주의와 자유의 승리를 상징하는 이 섬은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을 수감하는 최대의 감옥 구실을 했다. 수세기 동안 감옥 구실을 해온 ‘창고’가 인권 박물관 구실을 한다. 청소년 대상의 인권 캠프가 연중 열린다.
▲ 성 루시아 습지공원(1999):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산호초 지역으로 드넓은 조수간만 해역이 자리잡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 지대의 약 23만4566ha에 521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강과 바다, 바람에 의해 형성된 성 루시아의 독특한 지형은 다양한 조류에 안성맞춤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이 지역 13개 자연보호구역의 생물 다양성이 뛰어나다.
▲ 인류의 요람(1999): 스테르크폰테인, 스와르트크란스, 크롬드라이 화석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인류 화석을 제시했다. 25억년 전에 침전된 백운암층에 동물과 식물, 인류 유골 등이 자리잡고 있다. 스테르크폰테인 동굴에서 출토된 330만년 전의 화석은 인류 조상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가이드가 동행해 동굴과 인류의 역사에 대해 세세하게 안내한다.
▲ 우카흘람바·드라켄즈버그 공원(2000): 현무암 기둥·절개현상·황금빛 사암 등의 자연적 아름다움과 암벽화가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4천년 이전부터 이 지역 사암으로 된 동굴에 거주하던 토착민들이 드라켄즈버그 계곡에 남긴 암벽화는 거대한 미술관을 떠올리게 한다. 암벽화는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주제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 마푼구베 문화경관(2003): 서기 900~1300년에 남부 아프리카 최초의 흑인왕국이 자리잡았던 지역. 마푼구베는 ‘지혜의 돌 지역’을 뜻한다. 초원지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사방이 난공불락의 절벽들로 이뤄졌다. 1932년 프레토리아대학 발굴팀이 찾아냈다. 나무 주위에 금 박편을 고정한 코뿔소 모양의 형상이 유명하다.

이프 식물군락지(2004):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식물들이 있는 지역으로 지구상 18개의 주요 생물 다양성 지역 가운데 하나다. 바다와 육지를 포괄하는 광활한 지역에 8개의 보호구역이 지정됐다. 테이블마운틴 산허리에 자리잡은 커스틴보시 공원에는 6천종 이상의 남아공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일한 규모의 지구상 공원 가운데 가장 식생이 풍부하다.

▲ 프레드포트 돔(2005):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운석 충돌 유적. 남서부에 있는 이 운석 충돌 현장은 약 20억년 전 지름 10㎞ 크기의 운석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 생긴 직경 380㎞ 크기의 구덩이다. 남아공 정부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지역에 1800만랜드(약 27억원)를 들여 외래 식물의 침입을 막고 하이킹 코스와 관광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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