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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카풀 차 안전한가요

조윤영 기자가 사흘 동안 이용해보니

“출퇴근길 편리” “운행 시간·횟수·요금 통일된 기준 마련해야”
등록 2018-10-27 15:42 수정 2020-05-03 04:29
조윤영 기자가 카풀 앱 ‘럭시’에 가입한 운전자를 만나 동승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윤영 기자가 카풀 앱 ‘럭시’에 가입한 운전자를 만나 동승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hen you ride ALONE you ride with Hitler!’(당신 혼자 차를 타는 것은 히틀러와 함께 타는 것과 같다!)

자가용을 함께 타는 카풀(승차 공유)은 1973년과 1979년 1·2차 석유파동으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 문구는 당시 미국에서 제작된 카풀 장려 포스터에 적힌 내용이다. 이로부터 40여 년이 지나 한국에서 카풀 애플리케이션(앱)이 논란이 되고 있다. 10월18일 택시업계는 카풀 앱의 불법 영업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카풀 앱 사업자들은 더 안전하게, 더 편리하게,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퇴근 문화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대립하는 양쪽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모색과 국내외 사례 비교에 앞서, 서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운전자(드라이버)와 동승자(라이더)를 연결해주는 카풀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기자가 직접 동승자로 카풀 차를 타봤다. 그리고 기자의 자가용을 갖고 나와 카풀을 해봤다. 어떻게 카풀 차를 타거나 운전하는지 이 10월22일부터 24일까지 만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물었다. 실제 기자의 직장(서울 마포구)에서 집(경기도 안산)까지 출퇴근하는 지하철, 승용차 경로 위주로 카풀을 체험해봤다. 탑승 구간은 되도록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환승역을 기준으로 나눴다. 카풀 앱은 국내에서 2016년부터 서비스를 해온 ‘풀러스’와 ‘럭시’를 이용했다.

동승자가 자리도 시간도 선택

“안녕하세요, 출발 오후 7시에 가능하신가요?” 10월22일 오후 5시께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럭시 카풀 앱 채팅방에 메시지가 떴다. 운전자 오아무개(31)씨가 보낸 첫 메시지였다. 그는 “길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6시30분은 안 되시죠?”라고 다시 물었다. 기자는 굳이 늦게 퇴근할 이유가 없었다. 첫 만남을 6시30분으로, 30분 앞당겼다.

럭시의 운전자와 동승자 연결 방식은 택시처럼 바로 카풀 차를 타고 출발하는 방식과 날짜와 시간을 미리 정하는 예약제가 있었다. 동승자는 날짜와 시간 말고도 탑승시 앉을 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즐거운 대화 해요’ ‘조용히 가고 싶어요’ ‘좋은 음악 듣고 싶어요’ ‘정속 주행 원해요’ 등 운행 조건도 골랐다. 기자는 ‘운전자와 함께 앞자리’ ‘즐거운 대화 해요’ ‘특별한 짐은 없어요’ 조건으로 카풀을 예약했다.

낯선 남자 차에 탄다고 생각하자 긴장됐다. 택시도 모르는 사람이 몰지만 카풀은 운전자 자가용이어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이 더 컸다. 운전자가 올린 얼굴 정면 사진과 차 정면 사진을 계속 봤다. 구체적인 정보는 얼굴과 이름, 차량 제조사, 차종, 번호판 정도였다. 동승자 만족도와 운전자 운행 매너, 차량 상태 등의 점수를 공개했지만 점수가 ‘NEW’(뉴) 상태였다. 운전자가 카풀 경험이 처음이거나 적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도상에서 카풀 차의 실시간 위치가 가까워졌다. 이윽고 사진으로 봤던 차와 번호판이 보였다. 순간 탈까 말까 망설였다. 이내 차에 탔다.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고쳐 맸다. “안녕하세요?” 첫인사를 어색하게 주고받았다. 첫 목적지는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서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까지였다.

오씨는 “퇴근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는 이날까지 카풀 운전이 4일째라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용산구로 퇴근하는 길이었다. 지나가는 길목에 동승자를 태운 것이다. 오씨는 “출퇴근용으로만 카풀을 하고 있다. 혼자 운전하다가 다양한 사람을 태워보니 재밌다. 마포구에서 용산구로 출퇴근하니까 동승자가 많다”고 했다.

8분도 채 안 돼 삼각지역에 도착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작별인사를 주고받고 차에서 내렸다. 요금은 3150원이었다. 평일 같은 시간대 택시비(3700원)보다 500원쯤 쌌다. 요금은 카풀 앱에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 계산됐다. 운행 매너와 차량 상태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하자 서비스는 종료됐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웠다. 다른 카풀 앱인 풀러스로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총신대입구역으로 바로 출발하는 카풀을 요청하자마자 운전자 이아무개(49)씨와 연결됐다. 카풀 차는 31분 뒤에나 삼각지역에 도착한다고 했다. 기다려야 한다니 탑승 취소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씨는 가장 높은 등급인 ‘5등급’ 운전자였다. ‘매너 좋고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라는 의미였다.

아직은 부업이기보다 용돈벌이

사진과 이름, 차량 번호, 차종을 확인했다. 운전자 평점 4.6점이었다. 동승자들이 꼽은 키워드는 ‘매우 친절’ ‘매우 만족’ ‘조용함’ 등이 가장 많았다. 운전면허증, 보험등록, 차량, 차량안전점검 서비스 등을 인증받았다고 표시돼 있었다. 휴대전화 번호와 페이스북 인증까지 마친 운전자였다.

저녁 7시20분께 차가 도착했다. 총신대입구역까지 40분 넘게 가야 했다. 만일을 대비해 아는 사람에게 ‘안심 메시지’를 보냈다. 탑승 시간, 차종, 차량 번호, 예상 소요 시간, 출발지와 도착지가 지인에게 자동으로 전달됐다. 차에서는 라디오 소리만 맴돌았다. 조수석에 앉았지만 조용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전자 이씨는 베테랑이었다. 2016년 11월부터 카풀을 했다. 영업직인 이씨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경기도 광명까지 출퇴근했다. 하지만 인천, 경기도 김포·안산 등으로 자주 외근을 다녀 이동 중에도 카풀을 했다. 이씨는 “택시 파업으로 카풀 앱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이용자가 많아졌다. 영업직들이 카풀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나 자녀가 대리 호출을 해줘 초등학생이나 어르신도 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평촌역에서 탔던 카풀 차의 운전자 장아무개(39)씨는 집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장씨는 1월부터 오후 8~12시 심야까지 카풀 차를 몰았다. 출퇴근 카풀의 취지에 어긋나는 ‘유상(보상 있음) 영업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였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출퇴근 때만 유상 카풀을 허용한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운영 시간과 횟수 등은 앱 회사 내부 지침에 따라 제각각 운영한다. 미국 웨이즈 카풀 서비스는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하루 두 차례로 횟수를 제한했다.

장씨는 택시업계가 카풀 앱의 불법 영업행위를 우려하는 것에 “한때 카풀을 부업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밤 10시가 넘으면 취객이 많아 운행을 꺼리게 됐다. 용돈 벌이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앞서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부터 총신대입구역까지 카풀 차를 몰았던 운전자가 기자를 태우고 얻은 이익은 6911원이었다. 요금에서 수수료와 소득세를 빼고 가장 높은 등급에 따른 인센티브를 더한 액수다. 기자가 만난 운전자들은 평일 많게는 2~3명의 동승자를 태운다.

운전자 등록 신속, 범죄 조회 없어
카풀업체 ‘풀러스’의 운전자로 나선 조윤영 기자가 동승자를 태우고 목적지를 확인하고 있다.

카풀업체 ‘풀러스’의 운전자로 나선 조윤영 기자가 동승자를 태우고 목적지를 확인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였던 상록수역에 도착하자마자 이튿날 아침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에서 금정역으로 가는 카풀 예약을 해뒀다. 10월23일 아침 7시50분께 상록수역에서 만난 운전자 이아무개(35)씨는 카풀을 처음 해본다고 했다. 조수석에는 열선이 켜져 있었다. 차에서는 카페 노래 모음이 흘러나왔다. 경기도 성남의 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일하는 이씨는 “오전 10시 전까지 출근하면 돼 카풀을 처음 시도해봤다. 다만 금정역 쪽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기자가 10월22~23일 이틀간 카풀로 4차례 출퇴근하는 데 4만50원이 들었다. 신규 가입에 따른 할인가격이 적용돼 실제 택시비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풀러스는 누리집에서 “일반, 고급 차량 카풀은 현재 거리와 이용 시간에 따라 택시요금보다 최대 30% 이상 저렴하다. 경·소형 차량 카풀은 택시요금보다 최대 50% 이상 저렴하다”고 광고했다.

카풀은 경제적 편익 말고도 차량 운행률 감소에 따른 온실가스 감소 등의 효과도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은 2015년 기준 대전의 일주일간 자가용 운행률(84.6%)이 카풀로 0.5%포인트 줄어들 경우 운행 비용이 69억5200만원 줄 것으로 예측했다. 차량 운행 대수 감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5396t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9억3300만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동승자들은 왜 낯선 사람의 카풀 차를 탈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기자가 직접 자가용으로 카풀 운전을 해봤다. 럭시와 풀러스에 각각 운전자 등록을 시도했다. 문제는 종합보험(대인 배상 2) 가입 여부였다. 종합보험은 교통사고가 날 경우 동승자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자동차보험손해배상 보장법에는 모든 자동차 보유자는 책임보험(대인 배상 1)만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다. 곧바로 보험사에 문의해 대물 배상 한도를 3천만원 이상으로 높이고 종합보험에 추가 가입했다.

차량 번호, 차량 모델, 보험 만료일, 보험 담보, 차량 소유를 입력해도 당장 증빙 서류들이 필요했다. 운전면허증, 자동차 등록증, 보험증, 재직증명서 또는 명함 등의 증빙 서류를 휴대전화로 찍어 카풀 앱에 올렸다. 사법기관의 범죄 경력 조회를 따로 거치지는 않았다. 택시 운전은 특정 강력범죄, 음주운전 등의 전과가 있으면 자격을 얻을 수 없다. 택시업계가 카풀이 범죄 등에 취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운전자와 차량 정보를 입력하자 최종 승인까지 하루 또는 3~5일 정도 걸린다고 안내한다. 풀러스의 협조로 하루 만에 승인을 마쳤다. 10월23일 저녁 8시께 ‘풀러스 운전자’에 접속했다. 하지만 안산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동선이 딱 맞는 동승자를 찾기 어려웠다. 돌아가더라도 동선이 겹치는 군포에서 시흥으로 가는 동승자를 골랐다.

아침 7시40분께 군포시 산본동에서 동승자 오아무개(30)씨가 조수석 문을 열고 내게 “앞에 앉을까요, 뒷좌석에 앉을까요?” 물었다. 인천 연수구에서 일하는 오씨는 평소 출근할 때 버스를 이용해,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까지 갔다가 인천으로 둘러 가야 했다. 승용차로는 30분 정도 걸리지만 버스를 타면 1시간40분이 넘게 걸렸다. 오씨는 “카풀로 시흥 하늘휴게소까지 간 뒤 공항버스를 탄다. 최근 승용차를 샀지만 회식 등으로 차가 없는 날에는 카풀 차를 탄다”고 했다.

호감 표시하는 남성 운전자 당혹

오씨를 시흥 하늘휴게소에 내려주고 출근길 마지막 동승자를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여의도동까지 가는 동승자를 선택해보니 여성이었다. 오전 9시10분께 영등포구의 한 카페 앞에 도착했지만 우아무개(25)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해졌다. 동승자에게 전화하기 버튼을 누르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상 전화번호(안심 번호)로 연결됐다. 우씨는 “죄송하다. 곧 도착한다”며 사과했다.

회사 동료의 소개로 카풀을 알기 전까지 우씨는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우씨는 “거리가 짧아 비용은 3천원대로 비슷하다. 버스를 타려면 멀리까지 가야 한다. 출근시간에는 택시보다 카풀 차가 쉽게 잡힌다. 낯을 가려 낯선 남자랑 좁은 차 안에서 말 섞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막상 유쾌한 운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보니 조수석에 앉아 운전자와 대화하면서 함께 출퇴근하는 카풀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1일차 초보부터 2년차 베테랑까지 다양한 경력의 운전자들을 만나보고 남자·여자 동승자들도 태워보니 이틀 새 카풀도 능숙해졌다. 오후 5시30분께 외근길에도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포구까지 여성 나아무개(27)씨를 예약 동승자로 태웠다. 나씨는 차에 타자마자 “여성 운전자는 처음”이라고 반겼다. 나씨는 “출근길에 지하철 타기가 힘들어 택시를 타다가 이달부터 카풀로 바꿨다. 동선이 겹쳐 벌써 두 차례나 만난 운전자도 있다. 하지만 하차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연락해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 운전자들이 있어 당혹스럽고 걱정된다”고 했다.

서영우 풀러스 운영총괄은 과 한 통화에서 “상대방에게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성적 수치심이 드는 말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행위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카풀 앱을 통해 피해자가 ‘여정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면 가해자를 최대 영구 제명 조처한다”며 “동승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 카풀 차 운전자의 범죄 경력 조회에 대해서도 사법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이날 출근길 두 차례, 외근길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 카풀로 번 돈은 1만3684원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또는 외근길에 동선이 일치하는 동승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출퇴근 시간대를 넘기자 퇴근길을 예약한 동승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저녁 7시께가 되자 다음달 오전 예약을 걸어둔 동승자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이날 기자의 카풀 차는 퇴근길 빈 차로 운행을 마쳐야 했다.

“출퇴근 시간 자의적 해석”

퇴근길 도로에는 “카풀 애플리케이션 불법 자가용 영업! 즉각 처벌하라!”는 문구를 붙인 택시들이 달리고 있었다. 이용복 전국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총무팀장은 과 한 통화에서 카풀 앱의 24시간 영업 허용 요구에 “현행법에 명시한 ‘출퇴근 때’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또 카풀 동승자가 교통사고로 다치더라도 손해배상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운전자의 범죄 경력도 파악되지 않아 동승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출퇴근 시간을 특정하거나 운행 횟수를 출근 한 차례, 퇴근 한 차례 등 모두 두 차례로 제한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양쪽에 제시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승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에 “현실적으로 카풀 차가 택시처럼 운행되지 않도록 운영 시간, 횟수, 요금 등에 대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택시 사업자의 상호 규제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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