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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개성있는 ‘휠체어 댄스’

등록 2005-07-12 00:00 수정 2020-05-02 04:24

▣ 김연주 인턴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ymintcandy99@naver.com


사이버 공간 안에서 누리꾼들의 체온은 36.5도 이상이다. 그들의 가슴은 언제든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7월5일 한국방송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 무대에 선(자세로만 보면 앉은) 클론은 이런 누리꾼들의 가슴에 제대로 불을 댕겼다.

지난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씨는 그동안에도 장애에 맞서는 당당한 모습으로 줄곧 대중을 감동시켰다. 장애인이 된 연인의 곁을 눈물바람으로 지키다 사랑의 결실을 맺은 아내 김송씨도, 동료의 불행을 외면할 수 없어 활동을 접은 구준엽씨도 마찬가지였다. 클론이 이날 무대 위에서 선보인 ‘휠체어 댄스’는 휴먼드라마의 대단원처럼 보였다. 하루 200번도 넘게 바닥을 뒹굴면서 안무를 완성한 두 사람과, 이들의 눈물을 말없이 닦아준 김송씨 모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강원래 파이팅” “대단한 인간승리”…. 온라인 매체들의 클론 기사에는 감동의 댓글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옛날에 참 많이 좋아했었는데…” “세분 모습 너무 좋다”…. 강원래씨의 미니홈피도 방문자로 넘쳐났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6일 자신의 홈피에 ”무대에 서기 전 지금 이미 멋지다”는 글을 올렸다. 7일 아침 강원래씨의 복귀 준비 모습이 방송으로 소개된 뒤, “너무 울어서 화장을 다시 했다”(koo90018661)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누리꾼 대다수의 환호에는 ‘장애를 극복한 강원래’가 있을 뿐, ‘장애인 가수 강원래’는 없다. 엄밀히 말해, 강원래씨는 장애를 ‘극복’한 게 아니라 좌절 끝에 장애를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꾸렸다. “대중보다 장애우들의 반응이 두렵다”는 그의 말은 자신의 모습이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다룬 <소외된 외침> <무언의 발걸음>을 수록한 새 앨범의 메시지는 ‘장애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연예인의 힘으로 장애인에 대해 많이 알리고 우리 인식이 바뀌었으면….”(techkiri) 어떤 눈 맑은 누리꾼들은 클론의 메시지를 금세 알아챘다. 강원래씨의 휠체어가 5년 전 그의 ‘삐삐머리’처럼 하나의 ‘개성’으로 읽힐 때, “내 춤이 슬프게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도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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