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미담과 악담 사이

등록 2005-07-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k21@hani.co.kr


조지는 기사는 피곤합니다.

그것이 대특종일지언정 날 선 비판기사들은 ‘적’을 창조합니다. 그 ‘적’은 때로 스토커로 변신합니다. 우리의 기사로 인해 누군가 정신적으로 피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잠이 안 오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독자들의 마음을 환하게 하는 찐하고 감동적인 사람들 기사만 쓰면 얼마나 좋을까.” 훈훈하고 촉촉한 이야기 말입니다. 세상이 삭막해지면서 ‘기분 좋은 뉴스’만 찾는 사람들이 늘고, 그런 뉴스만 편집하는 잡지들도 있습니다. <한겨레21>도 세상의 미담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광고

그러나 미담도 잘 골라 써야 합니다. 잘못하면 ‘악담’의 대상이 됩니다. ‘수경사 여스님’을 천사처럼 그린 미담기사로 욕을 먹는 일부 언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얼마전 S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며 낯이 뜨거웠습니다. 버려진 젖먹이들을 거두어 키운다고 보도됐던 그의 실제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기자들은 가끔 가슴에 손을 대고 자문해봐야 합니다. “너도 기자냐?”

그 정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근거 없이 ‘악담’을 퍼붓는 경우입니다. <한겨레21>이 이번호에 보도한 경북 칠곡농원의 한센인들은 언론에 한을 품고 있었습니다. 92년 8월21일, 도하 각 신문들은 손톱만큼의 팩트도 없이 당시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이 칠곡농원 건물 지하에 살해된 채 암매장돼 있다는 헛소문을 무지막지하게 키워 보도했습니다. 평소에도 편견과 차별로 고통받던 한센인들은 절규했습니다. “니들도 기자냐?” 물론 아무런 메아리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한겨레21>도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니들도 언론이냐?” 지난 562호(2005년 6월7일치)에 보도했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50돌 기념 특집르포 때문입니다. 당시 <한겨레21>은 메인기사 제목을 ‘김일성 사상은 총련의 멍에’로 달았고, 지천명을 맞은 총련 조직을 비판적으로 점검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총련계 단체들로부터 팩스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총련 중앙본부를 비롯해 총련중앙 통일운동국, 총련 오사카부 본부, 총련 가나가와현 본부,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조선대학교, 도쿄조선중고급학교 등에서 분노가 담긴 성명서를 보내왔습니다. <한겨레21>의 특집기사가 “악의적 론조와 편견으로 일관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동포들을 모욕하고 있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 격렬한 문장들을 좀더 소개합니다. “일본에서도 반동적인 언론으로 이름난 산케이신문을 읽고 있는 착각에 사로잡혀….” “우리 조국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함부로 훼손하고 총련을 악랄하게 헐뜯는….”

총련 관계자들이 받았을 상처를 압니다.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해합니다. 그동안 총련계 동포들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많이 써왔기에, <한겨레21>은 총련으로부터 적잖은 취재 편의를 받았습니다. 총련은 <한겨레21>에 ‘미담’ 기사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과는 ‘악담’으로 느껴진 것일까요? 그들은 사죄를 요구합니다. 독자 여러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