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yami@hani.co.kr
“말로 성공한 자 말로 망한다.”
한나라당의 공식 ‘입’노릇을 하던 전여옥 대변인의 ‘입’이 문제였다. 거침없는 논평으로 유명한 전 대변인도 지난 2일 <기독교방송>에 출연해 ‘대졸 대통령론’을 얘기했다가 누리꾼들의 쏟아지는 비난에 만신창이가 됐다.
전 대변인은 인터넷에서 한번 찍히면 죽는 ‘대세’를 몰랐던 탓일까. 사태 무마 차원에서 “대학 나온 사람이 대통령 되어야 한다는 말의 본질적인 의미는 학력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난 네티즌들의 화를 잠재우지 못했다. 오히려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게시판은 쑥대밭이 됐다. 게다가 농가주택 신축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네이버에서 ‘키즈’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나이를 드실 만큼 드셨으면 철도 좀 들지. 대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냐”고 꼬집었고, 전 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누리꾼 ‘국민의 한 사람’이 “대학 나오면 재테크고, 고졸이면 투기냐. 양심이 있다면 구차하게 변명이나 늘어놓으면서 살지 마라”고 충고했다. 한술 더 떠 ‘전여옥 납치 아이디어 모음’ ‘망발 모음’ 등에서부터 욕설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가득했다. 누리꾼들은 전 대변인에게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괴물족의 이름에 전 대변인의 성을 붙여서 ‘전여오크’ 또는 줄여서 ‘오크’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정치인 검색어 순위에서도 ‘인기’였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1등, 엠파스 6등, 다음에서는 전 의원 홈페이지까지 인기검색어가 됐다.
그만큼 ‘가방끈’ 발언의 폭발력은 누리꾼의 집답 행동과 맞물리면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지난 2월에도 전 대변인을 한 차례 ‘구원’해줬던 박근혜 대표까지 나서 ‘전여옥 구하기’에 나섰지만, 당내에서 제기되는 전 대변인 사퇴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 대변인의 ‘가방끈’ 말 한마디는 천냥 빚 갚는 대신 모처럼 분위기 좋던 한나라당 내부에 ‘갈등’의 골만 깊게 했다. 그러나 대변인의 ‘가방끈’ 발언에서 시작된 이 사태가 ‘막말 정치’ 개혁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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