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촉발된 한-일간의 긴장관계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일본에 강경 대응할 뜻을 밝혔고, 텔레비전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에서조차 한목소리로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고 있다. 시마네현에 이어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의회의 한 의원이 ‘센카쿠 열도(중국 이름 댜오위다오)의 날’ 제정안을 제출해 중국과 대만을 자극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니 최근의 일본 행보가 치밀하게 계산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때맞춰 벌어진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전 또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일본 규탄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최종 예선전 결과 일본이 본선에 진출하고 한국이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로 닥칠 경우 국민적 슬픔에 빠져들 게 분명하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는 북한 축구가 비록 하위권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일본이 아닌 북한과의 동반 본선 진출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염원하고 있다.
독도와 축구를 계기로 나라 안이 떠들썩하고 일본을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지만 냉정을 되찾고 우리 사회를 차분하게 음미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한데로 모아낼 수 있고, 나아가 한-일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한겨레21>은 이른바 ‘태극기 세대’라는 신세대에 주목했다. 세대를 규정하는 것이 때로는 위험한 일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그런 세대가 있다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를 경험한 광복 이전 세대와 찌든 가난을 겪은 한국전쟁 전후 세대, 군부독재에 시달리고 민주화를 쟁취해낸 세대에 이어 ‘태극기 세대’가 자라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제발 ‘P세대’ ‘N세대’ ‘W세대’ 등으로 분류하면서 상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전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경계했으면 한다. 눈앞에 닥친 청년 실업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여유롭게 ‘광장’을 찾아나서 나름대로 이 시대를 고민한다. 이제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하며, 건강한 세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머지않아 그들이 우리 사회를 꾸려가고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태극기 세대’까지 나서 인터넷을 통한 일본과의 외교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일본은 얄미울 정도로 차분하다. 한국쪽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안해 겉으로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지만 돌아서서는 웃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는 일본 내 일부 양심 세력들이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입을 닫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이 결자해지하지 않는 한, 한-일간의 긴장 해소는 무척이나 요원해 보이지만 ‘태극기 세대’가 일본을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들의 뜨거움과 숨겨진 저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태극기 세대’의 진가는 또 다른 데서 나타날 것이다. 얼마 전부터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세력으로 자리잡았으면서도 질시의 표적이 됐던 ‘386 세대’를 견제할 거침없는 세대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은 ‘386’에게 주류에 걸맞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과 고인 물은 썩는다는 세대 교체의 비정함을 경고할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여러 마리 토끼를 쫓을 한 세대가 무섭게 커가고 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수혜자는 오직 박근혜뿐…유영하, ‘대통령 예우 회복법’ 발의

이 대통령 불만 토로…“무죄 나면 검찰 기소 탓해야지, 왜 항소 안 했다 비난하나”
![[단독] 시진핑, 이 대통령에 전기자전거 선물…‘황남빵’ 답례 사과·곶감 준비도 [단독] 시진핑, 이 대통령에 전기자전거 선물…‘황남빵’ 답례 사과·곶감 준비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7/53_17677974286315_20260107503909.jpg)
[단독] 시진핑, 이 대통령에 전기자전거 선물…‘황남빵’ 답례 사과·곶감 준비도

“윤석열 사형 부추김?”…장동혁 밀던 전한길, 계엄 사과에 반발

김상욱 “이혜훈, 장관 자격 없다”…전한길 반탄집회 참석까지 소환

기초연금 수급자 75%, 소득인정액 150만원 밑돌아

“당명 바꾸고 청년 영입하겠다”…장동혁의 ‘이기는 쇄신안’

D-2 윤석열에 ‘사형’ 구형할까…선고는 전두환 판례 참고할 듯

덴마크, 트럼프 협박에 맞불…“그린란드 공격하면 나토 종말”

‘일편단심’ 김민전…“윤어게인은 부당함 호소인데 절연이라니”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