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뼈말라’ 추앙하는 시대, 살 빠지는 주사에 빠진 대한민국

‘마법의 주사’로 불리며 다이어트 필수품으로… 비만 치료 넘어 ‘뼈말라’ 부채질해 오남용 우려
등록 2026-05-14 22:00 수정 2026-05-20 07:28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의 비만치료제는 비만 환자는 물론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약사가 환자에게 위고비 투약법을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의 비만치료제는 비만 환자는 물론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약사가 환자에게 위고비 투약법을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두 아이의 엄마인 최수진(43·가명)씨는 3년 전 수백만원짜리 다이어트 보조제를 복용하며 체중을 25㎏ 감량해 55㎏까지 줄였다. 기쁨도 잠시, 곧 원상 복구된 체중에 충격을 받았다. “매달 0.5~1㎏씩 티 나지 않게 늘어 방심한 게 화근이었어요. 꾸준히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해야 했는데…. 먹을 것 앞에서 유혹을 뿌리치는 장사는 없더라고요.”

결혼 이후 20년째 다이어트와 요요를 오가는 일상을 반복했던 최씨는 최근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얼마 전부터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주사를 맞고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다이어트의 불청객 요요와의 전쟁을 이참에 끝낼 요량이다. “살을 빼고 나면 보상 심리로 더 먹게 되고 그러면 또다시 살이 찌는 악순환을 끊고 싶어요.”

요요를 막으려면 의지를 꺾은 주범인 ‘꼬르륵’ 뱃속 소리, 끼니마다 찾아오는 폭풍 같은 허기,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공복감 극복이 필수다.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마운자로를 선택한 이유다. “마운자로 투약 이후 식욕도, 배고픔도 사라졌어요. 연예인을 비롯해 살을 뺀 사람마다 왜 위고비, 마운자로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출시 2년도 안 돼 다이어트 시장 잠식

 

직장인 강민석(37·가명)씨는 2025년 3월부터 최근까지 또 다른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 주사를 맞고 있다. “(비만치료제) ‘삭센다’로 살을 뺐던 경험이 있어서 국내 출시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어요. 시작은 위고비였고, 30주째부터 88㎏에서 체중이 정체해 마운자로로 갈아탔고요. 32주째 투약 중이에요.” 투약 전 키 182㎝, 체중 95㎏으로 경도비만이었던 그는 총 12㎏을 감량해 현재 83㎏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강씨처럼 치료를 목적으로 한 비만 환자는 물론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출시 2년도 안 돼 짧은 기간에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식욕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탁월한 효과와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으로 살을 빼게 해준다는 입소문이 한몫했다. 원푸드 다이어트, 흡연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1일 1식, 간헐적 단식, 분유 다이어트 등처럼 개인의 ‘의지’에 의존해 식탐을 ‘절제’하는 수고로움 없이도 주사 ‘한 방’이면 날씬한 몸을 만들 수 있어 ‘마법의 주사’로까지 불린다.

“살을 빼는 과정에서 식욕이나 허기로 인한 고통이 거의 없고, 공복감이 줄어 자연스레 적게 먹도록 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그래서 훨씬 수월했고요. 만족도는 250% 이상이어서 죽을 때까지 맞고 싶어요.” 강씨의 투약 소감처럼 경험자들이 공통으로 꼽은 강점은 역시나 식욕을 억제하고 허기와 공복감 해소에 따른 고통을 줄여줘 소식을 실천하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다.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도 자신의 책 ‘비만록: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에서 “그동안은 거의 느껴보지 못한, 신기한 경험. 배가 부르지 않고 위도 비어 있는데 식욕이 현저하게 감소한 상태가 됐다. ‘뭔가를 먹고 싶어서 미치겠는’ 그런 느낌이 거의 사라졌다”며 “아이스크림, 콜라 등을 향한 강한 열망도 거의 10%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 사이에서도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단연 선택 1순위다. 결혼을 3개월 앞두고 마운자로를 처방받았던 직장인 이주환(35·가명)씨는 “올해 3월 결혼식까지 단기간에 살을 빼고 싶어 2025년 12월30일 103.4㎏에서 시작했고, 이후 1월23일 94.1㎏, 2월20일 89.0㎏, 3월15일 84.1㎏까지 체중을 줄였다”고 말했다. 통풍 기저질환이 있던 그는 비엠아이(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뿐 아니라 요산 수치와 간 수치도 정상으로 되돌렸다. “헬스·러닝 등 운동과 식단조절 위주의 다이어트와 달리 짧은 시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17㎏ 감량이라는 꽤 만족스러운 효과를 봤어요. 예전에는 기껏해야 5~7㎏ 감량이 전부였거든요. 지금은 ‘급찐살’로 고민하는 지인에게 먼저 추천하기도 하는데, 저로 인해 투약을 결정한 사람이 5명 이상이에요.”

 

처방 잘 해주는 ‘마운자로 성지’ 입소문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 사이에서는 신속한 감량을 목표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찾는다. 연합뉴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 사이에서는 신속한 감량을 목표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찾는다. 연합뉴스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다이어트 보조제 생산·유통업체와 한의원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한의원 원장은 “한의사들 사이에서 이제 다이어트 환자는 전멸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국내 처방 건수는 총 80만96건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특히 3월에만 처방 건수가 22만8199건으로 처음 20만 건을 넘어섰고, 일시적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문제는 이들 약이 처방받아야 할 비만이나 당뇨 환자뿐 아니라 미용 목적 수요까지 빨아들이면서 다이어트 ‘만병통치약’처럼 유통되고 있는 점이다.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의료 관련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살 빼려고 위고비나 마운자로 처방을 요구했는데, 당뇨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식욕을 없애고 싶은데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같은 글과 함께 처방 가능한 곳을 알려달라는 문의글이 올라와 있다. ‘위고비 성지’ ‘마운자로 성지’ 정보와 양도를 문의하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약물의 경우 처방 기준에 강제성이 없다. 의사의 양심과 판단에 처방전 발행 여부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처방전을 잘 내주는 병의원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수요 급증은 방송과 뉴스, 인터넷과 SNS에 올라온 연예인과 셀럽들의 체중 감량 경험담이 빠르게 퍼진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최근에도 유명 아나운서 출신 한 방송인이 텔레비전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주사) 마운자로를 맞고 있다. 벌써 1년이 넘어서 7.5㎎(을 맞고 있다)”이라며 주사 맞는 모습을 공개했다. 박민수 서울엔디(ND)의원 원장은 “환자가 먼저 비만치료제 이름을 알고 진료실에 들어오거나, ‘저도 그 주사 맞을 수 있나요?’로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지금 진료실에서는 식단 설명보다 ‘어떻게 (비만치료제를) 안전하게 쓸 것인가’를 설명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남철 365엠시(mc)병원 원장은 “최근 비만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분 가운데 50%가량이 위고비나 마운자로 치료 경험이 있거나 현재 사용 중인 분”이라며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내원하는 비만 환자가 많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식약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방침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비엠아이가 30이 넘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제2형 당뇨병 등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반될 때 처방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처방이 불필요한 정상 체중인이나 다이어트 등 미용 목적으로 찾는 이들에게도 처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날씬한 몸’이 미덕이 되고 ‘뼈말라’가 대세가 된 지금, 오늘도 10~30대 여성 중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깡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병원 문을 두드릴지도 모를 일이다. 8개월째 마운자로를 투약 중인 대학생 양민주(24·가명)씨는 “비엠아이가 25~26 정도로 약간 통통한 체형이지만 살을 더 빼고 싶어 병원을 찾았고, 의사에게 복부 비만을 문의했더니 바로 처방전을 써줬다”며 “주변에 마운자로를 처방받은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장점 중 하나는 다이어트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런 양씨의 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오남용 사례도 적지 않음을 암시한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2026년 1분기 위고비·마운자로 처방 건수는 30만5790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비엠아이 기준 ‘처방적응증’(의학적으로 약을 처방할 수 있는 병의 범위)에 해당하는 인구(비엠아이 30 이상)는 20만 명 수준이었다. 처방 건수가 적응 대상 인구보다 10만 명 이상 많다는 통계 수치는, 처방받은 사람 가운데 약물 오남용 수요가 다수 섞였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정작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의 접근성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과열 조짐이 커지자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포장에 경고 문구가 삽입되고,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이 있어야 약을 구매할 수 있다. 김남철 원장은 “비만치료제는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 기분 저하, 무력감이 나타날 수 있어 최저 용량에서 시작해 충분한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용량으로 점차 늘리는 것이 권장된다”며 “무분별하게 자의적으로 처방·투약하기보다는 자신의 비만 적응증을 바탕으로 한 적정한 치료를 위해 투약시 주기적인 의사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짧은 기간에 다이어트 시장을 흡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식욕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탁월한 효과가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강민석(가명)씨 제공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짧은 기간에 다이어트 시장을 흡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식욕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탁월한 효과가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강민석(가명)씨 제공


약이 아닌 사람이 몸의 주도권 가져야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안전하게 투약할 방법은 없을까. 박민수 원장은 네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비만 적응증에 맞는 사람인지부터 확인하기. 둘째, 단계적으로 용량 올리기. 셋째, 굶으면서 맞지 않기. 넷째, 이상신호 발생시 즉시 상담하기. 단백질 섭취와 적절한 유산소 및 근력 운동, 생활습관 개선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투약 중단시 요요를 예방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 사회의 다이어트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인데, 치료가 필요한 비만까지 모두 ‘외모 관리’의 언어로 소비되기 시작하면 사회 전체가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마른 몸을 경쟁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이어트의 목표는 더 마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민수 원장의 일성이다.

좋은 비만 치료는 약이 주인공이 되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가 자기 몸의 주도권을 되찾는 치료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비만 치료의 기준도 ‘얼마나 빨리 빠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빠졌는가’ ‘근육은 지켰는가’ ‘생활습관이 함께 바뀌었는가’ ‘중단 후에도 유지할 힘을 만들었는가’를 묻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