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노무현은 도(道)에 관심이 생길까?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 이후 그는 절에 들어가 도를 닦고 싶은 심정일 거다. ‘도레미파솔라시도’처럼 ‘도’란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의 시작이자 끝이다. 당신도 도에 관심이 있으신가. 한때 도인들이 강호의 거리를 서성이던 때가 있었다. “도에 관심 있으세요?” 길에서 이렇게 묻는 사람을 만난 기억이 단 한번도 없다면, 당신은 간첩이다. 모른 척해도 그들은 수십여m를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걸었다. 그러고는 도나 개나 걸이나, 즉 아무에게나 “기운이 참 맑아 보인다”며 상투적인 칭찬 멘트를 날리곤 했다.
이들이 어느새부턴가 사라졌다. 해당 종교단체에서 길거리 포교 중단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도통’한 신도들을 투입했건만, ‘도통’ 소득이 없어서라고 한다. 지금 그 도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갈 곳 잃은 그들이 헌법재판소로 몰려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도를 주체할 수 없는 그들은, 헌법재판관들에게 어떤 식으로 도를 설파할까. 길거리에서 할 때와는 180도 다르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져달라고 권하고 싶다. “도(度)가 지나치십니다.”
“시사 넌 센스 있니?” 이 칼럼의 제목을 빌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과연 센스가 있는 걸까. 이렇게 대답하련다. “시사 난 센스 없어!” 인터넷에서의 풍자는 거의 관습에 가깝다. 지난 봄 탄핵 정국에서 ‘개죽이’ 등 네티즌들의 패러디물에 대량 소송이 걸린 일은 ‘관습헌법’을 거스른 일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이라는 히트상품을 개발한 직후, 이 ‘관습’을 둘러싼 말 비틀기가 다시 인터넷 공간에 만발하고 있다. 워낙 넘치다 보니, 뒤늦게 합류하는 처지에선 끼려야 낄 자리가 없을 정도다.
나는 헌법재판소의 시각에서 보겠다. ‘당황’과 ‘황당’의 차이를 아시는가. 트럭 뒤에서 몰래 응가를 하는데 차가 후진을 하면 ‘당황’스런 거고, 차가 갑자기 떠나버리는 건 ‘황당’에 속한다. 헌법재판소에도 최근 당황스럽거나 황당한 일이 각각 1건씩 있었다. 먼저 ‘관습헌법’ 발표 직후 쏟아진 일각의 조롱성 문제제기다. “성매매특별법도 관습으로 따지면 위헌이다.” 허를 찔린 셈이니, 당황스러운 일이다. 여기까진 농담으로 뭉갤 수 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었다. 이른바 성매매 업계, 즉 ‘포주’들이 진짜로 ‘관습헌법’ 논리를 믿고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건 황당한 거다. 아닌가? 안 황당해할 수도 있다. 그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포주님’들의 ‘소원’을 풀어주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관계가 ‘소원’해질 여성계는 당황스러워할까, 황당해할까.
“넌 만날 밥만 먹냐?” 포주들은 ‘여성비하적’ 으로 남성들에게 묻는다. 아니다. 가끔 스파게티나 피자도 먹는다. 만약 헌법재판관들이 성매매특별법을 위헌으로 판결한다면 “대한민국 남성은 삼시 세끼 밥으로만 때우지 않는 게 관습”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꼬마들이 자꾸 스파게티나 피자를 사달라는 걸 볼 때 이건 ‘습관’이다. 한두번 사주다 보면 그 맛에 길들여져 틈만 나면 조른다. 집창촌에서 몇번 재미를 보다 아예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남성 어른들도 ‘관습’보다는 ‘습관’이 문제다. 남성들의 이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관습’이 바뀐다는 말이다. 물론 포주들은 대한민국 미혼 남성들이 문제라고 항변할 것이다. 미혼을 향한 이런 위로와 함께.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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