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yami@hani.co.kr
지난 7월22일 정은임 아나운서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열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39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정은임을 사랑하는 사람들’(cafe.daum.net/wjddmsdla)이란 카페에서는 그의 쾌유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영화음악 방송’을 그만둘 때도 늘 함께해줬던 것처럼 팬들은 또다시 그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
정 아나운서는 1992년 에 입사해 95년 4월까지 FM 을 진행했다. 연예인이나 가수 중심의 시끌벅적한 프로그램과는 달리 영화에 대한 흥미와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문제제기 하나하나가 청취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당시 영화음악에 대한 토양이 없던 터라 ‘정은임의 영화음악’은 고정팬까지 생겼다. 하지만 2년 반 만에 그 자리를 내줘야 했다. 평소 민감한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냈던 말들이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가입 포기각서까지 거부했던 터였다.
그때 방송을 들었던 네티즌 ‘블루스카이’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정 아나운서의 방송을 이렇게 회상했다. “지금처럼 세상이 투명하지도, 인터넷도 물론 없던 시절 혁명시인 김남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죽음은 제겐 너무 충격이였고 그 소식을 뉴스나 신문이 아닌 FM 심야 프로그램에서 듣게 된 것은 더욱 충격이었죠. 그래서 그 프로그램 DJ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죠.”
색다른 방송을 들려줬던 정 아나운서에 대한 청취자의 사랑은 ‘정은임 복귀 추진위원회’까지 꾸려질 정도였다. 지금처럼 드라마 줄거리까지 바꿀 정도의 힘을 가진 네티즌이 없던 당시에 컴퓨터 통신상에서 이런 움직임은 기사화될 정도였다.
그런 그가 다시 ‘영화음악’을 맡게 될 때까지는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이크를 잡은 지 6개월 만에 프로그램 개편으로 방송을 그만둬야 했다. 또다시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열혈 네티즌들은 프로그램을 살리자고 뭉쳤다.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개편에 반대해 인터넷에서 ‘영화음악’ 부활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을 준비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진정으로 바란 것은 이른 새벽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 아나운서의 목소리뿐이었다.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은 사고 소식에 또다시 가슴이 미어지고 있다. “지금 현재 은임님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아 은임님을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게 해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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