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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 돌아온 광장, 그러나…

등록 2004-05-06 00:00 수정 2020-05-02 04:23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5월1일 개장했다. 서울시청 정문에서부터 플라자호텔에 이르는 3995평(1만3196㎡)이 확 뚫려, ‘대청마루에 걸린 보름달’을 본떴다는 둥근 잔디 광장 1904평(6283㎡)과 이를 둘러싼 화강암 2098평(6924㎡)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일단 차량에 뺏겼던 공간이 되돌아온 데 대해 반갑다는 반응이다. 개장 첫날 방송사들은 앞다퉈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화창한 햇볕을 만끽하는 모습을 TV 화면 가득히 비췄다. 이명박 시장도 “언제든지 누구나 들어와서 쉴 수 있는 시민 개개인의 광장이 되길 바란다”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개장을 기념해 동물들과의 사진촬영 행사와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렸고, 밤엔 ‘서울의 빛, 온누리에 퍼져라’라는 축제가 열렸다. 행사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5월 한달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광장음악회’ ‘왕궁수문장교대행렬 퍼레이드’ ‘고적대 퍼레이드’ ‘음악회’ 등이 잡혀 있다.

4월28일 시의회에서 통과된 ‘서울광장 운영조례’는 서울시 행사·문화예술행사·어린이 청소년행사 등이 광장 사용의 우선권을 갖는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행사를 하려 해도 이미 일정이 잡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서울시는 이를 반려할 수 있다.

이에 문화연대·미술인회의·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 시민·문화단체와 정당은 이명박 시장의 독선적 행정을 비판하는 뜻으로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 대응해 5월8~9일 이틀 동안 안티 행사 형식의 ‘A/S 서울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어쩔 수 없이 “서울을 A/S하라, 서울의 불량행정을 리콜하라”는 구호가 뒤섞이게 된다.

광장 주변이 찻길과 아무런 완충지대가 없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택시기사 이아무개씨는 “혹 아이들이 광장 바깥으로 뛰어내려 사고가 날까봐 플라자호텔 앞을 지날 때면 바짝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광장 관리인들도 무전기를 통해 “아이들 사고에 유념하라”는 경고를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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