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전성시대와 더불어 ‘삼촌’ 팬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사전적으로, 삼촌은 여성 아이돌을 조카로 여길 수 있는 특정 세대의 남성을 가리킨다. 그런 까닭에 삼촌이라는 언표 행위는 여성 아이돌과 모종의 친족 관계를 창출한다. 실제로 삼촌들은 아이돌에게 보약이나 건강식을 챙겨주고, 행여 그녀들이 구설수에 오르지나 않을까 온라인 파수꾼을 자청한다. 브로마이드, 화보집, 카드 등 각종 프로모션 상품을 구입하면서 그녀들의 ‘스폰서’가 되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어여쁜 조카를 바라보는 삼촌의 흐뭇한 미소. 확실히 삼촌이라는 말은 여성 아이돌과 어떤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걸그룹 원더걸스에 대한 롤리타 콤플렉스 논란은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오히려 공격받으며 끝났다. 그런데 정말로 삼촌팬은 ‘순수’한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삼촌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 몇몇 비평가 사이에서는 원더걸스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A가 꺼낸 말이 문제적이었는데, 그는 원더걸스의 나 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서 롤리타콤플렉스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싱겁게 막을 내렸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원더걸스를 음란하게 보는 A야말로 가장 음란하다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퍼붓자 A가 그에 대한 언급을 더 이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흥미롭게 여긴 부분은 사람들의 바로 이 반응이었다. 무의식(적인 성적 욕망)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해서 ‘그런 것 절대 없다’며 의식적으로 거부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무의식은 참인 것으로 증명되곤 한다. 금기라는 것은 사회적·도덕적 관습상 그 존재마저도 억압되어야만 하는데, 이를 들춰내고 위반했을 때 사람들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면 역으로 그 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원더걸스 논쟁이 있고 1년쯤 지나자 ‘삼촌’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소녀시대나 카라에 열광하는 30대 이상의 남성들이 자칭 타칭으로 삼촌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삼촌이 친족적 친밀성을 강조하는 언표 행위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삼촌과 조카라는 상상적인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와 그녀는 마치 성애적(sexual) 관계가 아닌 것처럼 위장되기 때문이다. 결국 팬들이 자신을 ‘상상적으로’ 삼촌이라고 호명한 것은 소녀에 대한 성적 욕망을 금지하고 자기검열하는 맥락에서 나온 셈이다.
그렇게 되면, 여성 아이돌에 대한 성적 시선은 사라지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현실로부터의 탈출이든, 순수함의 재발견이든, 새로운 구매력의 등장이든, 혹은 파편화된 개인들의 공동체 생활이든 간에, 그 어떤 말로 위장하더라도 삼촌 팬덤을 추동하는 기본 동력은 언제나 이성애적 욕망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우리가 자신을 삼촌이라 일컫는 것은 친밀성을 강조함으로써 여성 아이돌과 맺고 있는 성적 관계를 은폐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그녀들의 몸, 표정, 애교 등은 청춘 시절에 대한 향수에 불과한 것쯤으로 축소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원조교제하는 변태 따위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인 것처럼 상상하곤 한다. 우리가 그 변태들과 다른 것은 단지 양적 차이의 문제였는데도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삼촌이라는 말은 놀랍고도 특이한 발명품이다. 오늘날 ‘순수하고도 친밀한’ 우리 삼촌들은 소녀에 대한 성적 욕망의 금기를 스스로 지키면서도 사실상 위반하고 있지 않은가. 놀랍도록 창의적이면서도 이율배반적인 가면을 쓴 채 말이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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