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값에 따라 달라지는 함수를 뜻하는 이름처럼, f(x)는 고정되지 않은 정체성의 아이돌을 상징한다. 한겨레 유용석 기자
‘에프엑스’f(x)의 (Nu ABO) ‘전반부’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징후를 내포한다(후반부는 끼워넣기식의 관습적인 트랙들이지만).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만, 아예 외국 작곡가의 손을 빌린, 글로벌하며 인공적으로 면밀히 조합된 사운드 스펙트럼은 한국 아이돌 음악의 진원지와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적시한다. 무엇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소녀시대가 삼촌팬을 거느린 아이돌의 대명사가 된 것과 대조적으로, 지금 f(x)는 순전히 10대(특히 소녀)들을 향하고 있다. 수학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Me+U)) 같은 학창 시절의 단골 레퍼토리부터, 예전에 보아가 선점했으며 2NE1부터 포미닛으로 이어진, 소녀의 자의식을 찬양하는 가사까지.
그렇지만 를 비롯한 대개의 곡은 해독하기 어려운 부호들의 집합 같다. 노래 제목도 이상하고, ‘뭥미’ 같은 구어체, ‘꿍디꿍디’(?)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들은 난감하다. “나 어떡해요 언니~” 하고 고음으로 미끄러지는 첫 소절도 심상치 않다. 파편적이고 분열적인 단어의 나열로만 보이는 ‘4차원적’ 어법은 f(x)의 이전 노래들과도 일맥상통한다. (La Cha Ta)는 감탄사와 승차의 의미를 결부시킨 듯하고, 는 영어 문장(‘It’s you’) 발음과 키스(소리나 모양)를 중의적으로 교차시킨 것 같다. 그러면 ‘누 예삐오’는 ‘나/넘 예뻐요’인가? 아무래도 좋다. 이는 불가해한 어휘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10대 소녀들의 화법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새로운 혈액형’(new ABO)에 빗댄 독특한 차원의 인간형이라는 10대 소녀 자체로 수렴된다.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작곡가 유영진을 중심으로 한 별난, 그렇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작사법을 10대가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면 이런 맥락 때문이 아닐까. f(x)의 노래들은 그간 노래에서 중시되던 이른바 주옥같은 가사,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아이돌 팝의 관습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소녀시대와 샤이니가 ‘오빠’와 ‘누나’를 노골적으로 연발한 것과 달리, f(x)는 를 통해 ‘언니’를 지명한다는 것이다. 노래 속에서 호명하는 대상이 구애의 대상이 아니라(조언을 구하는 대상이라)는 점은 좀 수상하다. f(x)가 공공연히 풍기는 무성적·중성적 분위기와 더불어(특히 엠버가 상징적이다), 여자 중·고등학교에서 중성적인 혹은 보이시한 소녀가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노래가 진행될수록 (갑자기 호명 대상이 ‘너’로 바뀌면서) ‘언니’라는 존재는 불명확해지고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교란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불가해한 가사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운드와 결탁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노래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이나 잠언적 가사보다) 부차적 위치를 차지하던 리듬이 이제는 중심부로 등극한 것이다. 주선율이나 가사가 하던 역할을 독특한 리듬과 강렬한 비트가 대신한다. f(x) 외에도 샤이니의 이나 슈퍼주니어의 , 티아라의 (Bo Peep Bo Peep) 등에서 무한 반복되는 리듬이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분열적인) 가사와 선율을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가사가 존재한다는 한 소장 평론가의 말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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