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남자 아이돌 그룹은 샤이니다. 처음엔 변별력 없는 보이밴드라고 생각했다. 데뷔곡의 “누난 너무 예뻐”란 가사가 너무 간지럽고 노골적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인터뷰를 하고, 라이브를 보고, 마침내 앨범을 다 듣고 나서 달라졌다. 특히 에서 으로 이어지는 가요답지 않은 멜로디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2009년 그들의 EP는 종종 즐겨 듣는 앨범이기도 하다(팻숍보이스보다 런던보이스에 근접한 감수성의 (JoJo)를 가장 좋아한다).
현재 한국에서 아이돌에게 보내는 대중적 지지의 한 축은 ‘성장에 대한 응원’이다. 이런 정서는 명백히 20대 후반 이상의 수용자, 요컨대 아이돌과 실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팬덤에서 드러난다. 특히 여성 수용자에게 이런 경향이 주도적이다. 물론 이걸 모성과 연관시키는 건 무의미하다. 다만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이 ‘팬심’으로 전환되는 (혹은 그 반대라도) 맥락은 흥미롭다. 여러 의미에서 샤이니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그런데 샤이니에 대한 대중적 지지에는 ‘음악적 인정’이라는 다른 축이 존재한다. 음악의 퀄리티를 선별할 줄 아는 (혹은 그렇다고 믿는) 사람 중에서 샤이니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음악적 완성도 때문인데, 과 만 들어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앨범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인상을 준다. 1세대 한국 아이돌이 등장한 1990년대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지금 아이돌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기획사의 전략과 아이돌 그룹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샤이니는 완전히 다른 세대의 아이돌의 등장을 예고하는데, 이것은 빅뱅과 2NE1을 ‘아티스트’로 포지셔닝하려는 YG엔터테인먼트(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회사 이미지)나 2PM·2AM을 가족의 울타리에 포섭하려는 JYP엔터테인먼트(사장님 대신 ‘진영이 형’이란 호칭)와는 다른 SM엔터테인먼트의 태도(샤이니는 방송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린 지금 ‘일’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와 함께 살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샤이니는 인터뷰나 리얼리티·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상당히 다른 위치를 점유한다.
그럼에도 현재 가요계에서 샤이니가 환기하는 것은 기존 댄스 가요의 지역적(한국적) 특성이 최대한 배제된 사운드가 실제로 한국에서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의 재확인이다. 샤이니가 제시한 음악적 완성도는 명백하게 뉴웨이브로 수렴되는 일렉트로니카와 신스팝이라는 장르에 천착한, 정서적 접근이 아닌 기술적 접근의 결과다. 그런 점에서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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