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와 ‘2PM’이 뜨면 함께 뜨는 것이 무엇일까? 가요 프로그램 인기 순위? 음원 다운로드 횟수? 행사 출연료? 모두 정답이다. 그러나 정말로 뜨는 것이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연예제작사의 상장주식 가치다. 아이돌 연예제작 시스템을 논할 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구조화된 문화자본의 커넥션 문제다. 특히 아이돌 연예제작과 방송사·금융자본의 긴밀한 커넥션 말이다.
한국 연예 매니지먼트의 구조상 이러한 금융 커넥션은 연예기획사 간의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낳으면서 기획사 간 전략적 인수·합병, 소속사 이적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예 프로모션의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진다. 일례로 2002년 가요계-방송계 PR비 사건은 부적절한 연예 프로모션 방식에서 연계기획사와 방송사 간의 새로운 커넥션을 보여주었다. PR비 사건을 통해 연예기획사는 주식 상장을 목표로 소속 연예인의 집중적인 방송 노출을 요청하면서 방송 PD들에게 현금이나 차량을 제공하던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상장을 전제로 한 주식 공여 혹은 상장된 주식 거래를 제공했다.
주식을 보유한 방송 PD들은 그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거래한 기획사 연예인들의 지명도를 높일 필요가 생기고 이에 따라 자신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에 이들을 독점 출연시킨다. 이 과정에서 연예자본과 방송 제작진 사이에 밀접한 공생 관계가 유지된다. 드라마 제작의 경우 최근 대형 외주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방송 콘텐츠를 매개로 직접 혹은 우회 상장을 하고 있는데, 전직 드라마 PD 출신들이 외주 제작사의 대표나 이사로 이동하면서 방송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2009년 초에도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코스닥에 상장된 연예기획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도 단순히 매니지먼트 매출 자본으로만 산출되지 않는다. 아이돌 팝은 실제적인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상징적인 자본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을 취득할 가능성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돌 팝과 연계된 주식자본이다. 연예제작사 수익구조의 최종 지점은 연예제작을 통한 순매출을 토대로 안정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아이돌 스타들의 인지도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적절한 기회 요인이 되고, 이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구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아이돌 팝의 연예제작과 주식자본이 결합하는 전형적 형태다.
2009년 한국 아이돌 팝 매니지먼트의 선두주자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이 범아시아 한류스타 배용준을 제치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최고의 주식 보유자가 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대표는 올 초 기준으로 262억원의 주식을 보유해 배용준과 가수 ‘비’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계의 최고 부자가 되었다. 2008년 80억원에 불과하던 그의 주식이 다시 급상승한 것은 요즘 아이돌 팝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소속 연예인 소녀시대 등의 인기 덕분이다. 지난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 소녀시대를 올봄까지 싱글곡 중심으로 분할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게 한 것도 SM이 보유한 주식가의 안정적 상승을 위한 전략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아이돌의 히트곡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연예제작사의 주식 가치가 덩달아 뛰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돌은 10대 팬덤의 아이콘이 아닌 주식시장의 아이콘이 아닐까?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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