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대중성을 바탕으로 신비주의를 지향한다. 그들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해서 항상 팬들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로서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을 구분함으로써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한 스타의 존재 방식은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활동하는 아이돌 스타들은 더 이상 정체성의 구분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감추거나 포장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탈신비화를 꿈꾼다. 미니홈피의 셀카나 인증샷 등은 아이돌 스타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아이돌 스타의 투표장 인증샷을 보라.
이러한 ‘탈신비화’ 전략은 최근 아이돌 스타들의 무한 변신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더 이상 가수로서의 정체성만 고집하지 않는다. 일단 가수로서 아이돌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기만 하면 가요 프로그램 MC나 연기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 더 이상 무대 뒤에서 자신의 차례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카메라에 잡히기 위해 애쓴다. 그러기 위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들은 남들보다 더 ‘깝’을 떨거나, 부끄러운 충격 경험담을 ‘고해성사’함으로써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라야 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제 팬들의 사랑을 얻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일반 대중에게 최대한 어필하려 애쓴다. 어쩌면 가수로서의 정체성은 그들에게 아이돌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통과의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돌 스타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과거의 스타들이 스타로서 정체성과 일반인으로서 정체성으로 구분됐다면, 지금 아이돌 스타는 그러한 구분 자체를 허물어뜨린다. 그들은 하나 혹은 둘의 정체성이 아니라 여럿의 정체성을 추구한다. 아이돌 스타로 살아가려면 ‘다중이’가 되는 것은 필수 요소가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겪을, 혹은 겪을 수밖에 없는 정체성의 분열적 증세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아이돌 스타는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다. 문제는 그들의 변신이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계획적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돌 스타는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과 두각을 드러내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은 연예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우수성을 보여줘야 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요구받고 있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정체성과 별도로 요구당하는 이러한 상황은, 현대사회에서 일반인이 멀티플레이어로서 요구받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그대로 닮았다. 원더걸스에서 탈퇴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선미’의 경우나 그 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한 이들을 생각하면, 아이돌 스타의 삶 또한 현대 자본주의의 한 축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멀티플레이어는 계획된 플레이를 잘하는 이를 일컫는 게 아니다. 멀티플레이어의 진가는 우발적 상황에서 드러나는 창조적 플레이에서 발휘된다. 지금 아이돌 스타들의 멀티플레이는 소속사가 기획·연출하고 그들은 연기 연습을 하는 것만 같다. 아이돌 스타가 연예계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나려면 자신의 욕망에 좀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대중과 호흡하는 아이돌 스타의 새로운 전형을 창조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권경우 문화평론가·nomad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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