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스마트폰 사야겠어.” 어느 날 라는 책을 들고 귀가하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순간 머릿속에는 ‘트위터를 하는 데 스마트폰이 필수적이지는 않습니다’라든가 ‘트위터를 글로 배우는 건 좀…’이라든가 하는 말들이 떠올랐지만 입을 다물었다. 트위터 열풍, 아니 광풍이 불고 있지 않은가. 전세계적으로 1억500만 명이 트위터에 가입했고, 한국인 이용자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이용자들은 140자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간밤에 모기를 포획해 라이터로 화형식을 한 매우 사적인 이야기부터 점심 메뉴 고민, 문화예술에 대한 감상, 정치와 철학에 대한 소견을 올리는 한편,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의 주목사항은 한켠에 비공개로 ‘아이돌 리스트’를 만들어두었다는 거다.
처음에는 2AM의 조권, 그리고 2AM 멤버들을 추가했다. 그들이 대화(멘션)를 주고받는 재범과 2PM의 멤버들이며 슈퍼주니어 김희철, 애프터스쿨 레이나, 방시혁 작곡가 등으로 수가 늘었다. 최근에는 리스트 하나를 더 만들었다. 바로 천하무적 야구단. 역시나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DJ DOC의 이하늘을 추가했다가 김창렬, 유키스 동호, 한민관, 김준, 마리오, 마르코, 김동희, 코치 이경필 등으로 리스트가 늘어났다. 이들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트윗하고, 지인들과 멘션을 주고받는 걸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 관음증적 취미임을 인정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팬의 마음인 걸 어쩌겠나. 인터넷 공간에 완전히 개인을 위한 공간은 없단 사실에서 면죄부를 구할 뿐이다. 이 정도의 팬이면 사실 다행이다. 몇몇 ‘사생팬’(사생활 팬)들은 트위터를 통한 아이돌의 전방위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이런 취미를 가진 것이 비단 팬들만은 아닌 모양이다. 트위터는 언론의 주요한 채널이 되는 동시에 그 자체로 기사의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연예 관련 기사다. 꽤 중대한 사안으로 방송인 김미화가 한국방송에 대해 “블랙리스트가 있나 밝혀달라”며 의혹을 제기한 것과 DJ DOC의 이하늘이 SBS의 특정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해 ‘패키지 출연’ 및 음원 차트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을 들 수 있다.
반면 2AM의 조권이 같은 팀 멤버 슬옹의 수염 난 사진을 올려놓고 자신은 수염이 안 난다며 속상해하는 소소한 이야기도 기사화되고, 최근 컴백한 보아가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사진을 찍고 “축구왕 윤돌아 힘내”라며 올린 트윗을 보고 ‘그 남자 정체는 누구?’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김미화와 이하늘의 경우 공적인 사안으로 기사화될 가치가 있다고 보이지만 조권과 보아의 경우는 ‘이런 것도 기사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지경이다.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한 트위터의 특성이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삶이 공과 사의 구분 없이 모두 공개되어야 하는 현실과 기묘하게 들어맞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돌은 사생활까지 무대 위로 소환된다.
트위터의 특성인 공과 사의 불분명한 구분을 가지고, 일각에서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일방향성을 뒤엎는 네트워크적 사고가 현실화된 모델로 지목하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공론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트위터의 다른 한쪽은 여전히 일방향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다. 트위터가 기사의 소재로 활용되고 다시금 기사가 트위터의 소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쌍방향적일 수 있지만, 아이돌은 일방향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절대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어쩌면 공과 사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건 공개된 곳에서 남의 사담을 훔쳐볼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특히 아이돌에게 말이다.
강혜경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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