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녹색전환연구소가 발간한 ‘1.5℃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 보고서.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내가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타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고기를 조금 덜 먹고 채소를 더 먹는다면 탄소배출이 줄까? 이런 물음에서 시작된 실험이 시작한 지 1년을 맞아 결과 보고서를 냈다. 앞서 두 가지 질문의 답은 ‘그렇다’로 확인됐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와 탄소집약적 산업 등 모든 체제를 바꿔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인 기후운동의 구호다. 그렇지만 체제 전환만이 전부는 아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삶의 방식도 마찬가지로 탄소집약적이다. 자가용 이용자가 많을수록 이를 만들어내는 산업시스템도 늘어나고, 도로와 주유소 등 생활공간도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의 생활양식 변화가 체제를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다.
1년 전인 2024년 여름, 한겨레21은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라는 제목의 실험을 기획했다.(제1526호·제1527호 표지이야기 참조) 시민들이 한 달 동안 일상에서 발생하는 먹거리·주거·교통 등의 탄소배출량을 일일이 기록하는 동시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시도도 함께 하는 실험이다. 이후 녹색전환연구소는 네 차례의 실험을 추가로 진행했다. 이 추가 실험에는 서울, 대구, 경기도 수원, 전남 순천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6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연구소는 또한 ‘1.5도 계산기’로 수집한 1만1643건의 개인 온실가스 배출 경향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소는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7월 ‘1.5℃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 보고서를 발행했다.
연구소가 진행한 다섯 차례의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천 사례 결과를 보면, 네 사례에서 평균 11% 탄소배출이 줄어들고, 한 사례에서 탄소배출이 6.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탄소배출량을 줄인 사례에서는 무려 25.9% 감축됐다.
탄소배출이 줄어든 네 사례를 분석해보면, 이 중 세 사례에서 교통 분야 탄소배출 감소 비중이 가장 컸다. 실험 참가자들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 이동을 선택하는 것으로 탄소배출을 줄였다. 모든 사례에서 먹거리 분야 탄소배출량이 줄었다. 그러나 주거 분야는 짧은 기간에 재생에너지 설치나 단열·창호 공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큰 변동이 없었다.
보고서는 평소 우리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누구나 웹에서 이용할 수 있는 ‘1.5도 계산기’를 공개했는데, 2024년 7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수집된 데이터 수는 1만1643건이다. 이 가운데 20대 이상의 정보 7901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개인의 1년 평균 탄소배출량은 9.46t이었고,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주거 분야(약 3t)가 차지했다. 이어서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합한 소비에서 평균 약 1.95t을 배출했고, 교통이 1.92t을 배출했다. 먹거리는 1.47t, 여가는 1.11t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민이 여가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13%로 다른 지역(9~11%)보다 비중이 컸다. 반대로 주거는 28.6%로 제주도민(26.8%) 다음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서울시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고 개인 주거 공간이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주도민은 특히 교통에서 28.8% 배출했는데, 역시 다른 지역(16~22%)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제주도민이 다른 도로 이동하는 데 비행기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소득 격차였다. 고소득일수록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저소득일수록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경향이 확실하게 나타났다. 월소득 150만원 이하는 평균 9.59t, 151만~250만원 9.28t, 251만~350만원 9.68t, 351만~450만원 10.09t, 451만원 이상이 10.53t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 데이터를 기계학습 기반 예측 모델(랜덤 포레스트 모델)을 도입해서 파이선 코드로 분석한 결과, 탄소배출량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연간 항공기 이용 시간과 주거 면적이었다. 이 둘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쳤고 내연 자동차 이용 시간, 여행지 숙박 일수 등이 뒤를 이었다.
1.5도 라이프스타일 참여자들의 후기를 봐도, 탄소배출을 주로 감축할 수 있었던 영역은 교통·먹거리·소비 등이었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육식 대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고 중고 물품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일부 실천자는 연간 3t 이상 탄소배출을 줄였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 외에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조건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중교통 이용, 채식, 중고물품 사용 등을 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상황이라면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은 개인적 결심이 있어도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만약 제도 지원이 병행된다면 개인의 탄소배출량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계산해봤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참가자는 인근 숙소에 살면서 출퇴근하는데, 화력발전소까지 보통 휘발유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만약 하청업체 직원에게도 전기통근버스가 도입된다면, 이 참가자의 탄소배출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는 실천 기간 28일 가운데 17번을 자동차로 출퇴근했는데, 만약 전기통근버스를 탈 수 있었다면 1만8181g에서 1만5985g까지 줄여, 1.5도 라이프스타일의 목표치인 1만6164g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경북 상주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참가자의 배출량은 대부분 교통부문에서 나왔다. 개인 소형 내연기관자동차 이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주시는 버스 운행 회사가 단 한 곳뿐이고 공공버스까지 포함해 모두 47대밖에 없다. 대중교통으로 면사무소까지 갈 방법이 없다. 이 참가자가 사는 지역에 저탄소 이동수단인 수요응답형 버스가 생겼다면 병원·시장 방문, 판매를 위해 이동할 때 하루 1만1598g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 실험에 대해 “학교의 환경 교육, 지역사회, 마을공동체 등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과 지역 주민의 참여가 퍼졌고, 생활 현장에서 정책과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체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처럼 시민 참여 기반의 실천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한국 사회의 생활양식 전환을 위한 실증적 자료를 축적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녹색전환연구소가 집계한 ‘1.5도 계산기’ 이용자 전체의 1년 탄소배출량(t) 분포와 시민 개인의 생활 영역별 탄소배출 분포.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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