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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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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종묘 앞 고층 빌딩’ 공익감사 청구

“재량 범위 넘어선 위법·부당 행정… 사업비 72% 증가에도 타당성 재검토 안 받아”
등록 2026-01-30 01:58 수정 2026-01-30 17:36
참여연대가 2026년 1월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세운4구역 관련 서울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윤태 기자

참여연대가 2026년 1월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세운4구역 관련 서울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윤태 기자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로구 종묘 앞 재개발 지역에 용적률을 늘려 높이 140m가 넘는 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시에 대해 참여연대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서울시가 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한 곳은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으로 한겨레21은 앞선 보도에서 설계용역 수의계약, 민간 개발이익 환수 장치 부재 등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2026년 1월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운4구역과 관련해 서울시가 장기간의 논의와 문화재 심의를 거쳐 형성된 기존 행정 판단과 사업 추진 경과를 스스로 뒤집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역사문화 환경을 중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커 공익감사를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공익감사 청구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쇠퇴한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도심 녹지축 조성을 위해서는 세운4구역의 고밀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종묘의 경관 보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도시계획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을 인정하더라도 위와 같은 서울시 행정은 도시계획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법, 부당한 행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이 세운4구역 용적률과 높이를 올려 얻는 개발이익으로 도심 녹지축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나 문화재위원회의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운4구역 건축물의 높이를 높일 것이 아니라, 서울시 예산으로 녹지축 1단계 조성 사업비를 부담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세운4구역을 전면 재설계하면서, 공모 등 경쟁 절차 없이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계약한 것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실질적으로는 ‘신규 발주’인데도 SH가 기존 설계 업체인 케이캅(KCAP)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뒤, 설계공모 절차 없이 약 520억원 규모의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한 위법·부당 행위”라며 “이는 설계변경을 가장한 편법 계약으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21조 등에 따른 설계공모 절차를 위반한 것이어서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참여연대는 서울시와 SH가 세운4구역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방공기업 사업타당성 평가를 부실하게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세운4구역 사업 변경으로 총사업비가 기존 1조7315억원에서 2조9802억원으로 약 72.1% 증가했는데도 신규투자사업 타당성 재검토를 받지 않았다”며 “2조9802억원이라는 사업비의 타당성 검토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2025년 3월과 11월 한국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종묘 앞 재정비사업이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 결과를 센터에 제출하고 공식 자문기구의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단하라고 명시하며 한 달 이내로 회신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자료를 보내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국가유산청이 전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2026년 1월30일까지 서울시가 유네스코에 회신하지 않으면 유네스코에 현장실사를 즉각 요청할 계획”이라고 1월26일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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