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에 높이 145m의 고층 빌딩이 건립된 가상도. 국가유산청 제공
서울시는 한겨레21이 2025년 11월21일 탐사 보도한 ‘[단독]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익, 민간업자 ‘한호건설’이 쓸어간다’ 보도(제1590호 참조)와 관련해 11월23일 7쪽에 이르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한겨레21은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려 합니다.
①서울시의 한호건설 수익 계산에 대하여
한겨레21은 기사에서 ‘용적률 상향으로 발생할 개발이익이 1조원대’이며 ‘민간 토지주들에게 돌아갈 개발이익은 3900억원 상당이고 이 가운데 27.1%가 특정 민간 개발사(한호건설그룹)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세운4구역 토지 가운데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이미 사들인 토지를 제외하고 여전히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약 30%를 한호건설그룹(이하 한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그에 따른 개발이익은 ‘2025년 10월 세운4구역 관련 고시에 따르면, (이 사업) 총수입은 약 3조3465억원, 총지출은 약 2조9803억원으로 손익은 약 3662억원이며, 토지 등 소유자의 종전자산가액 합계 약 3550억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약 112억원이고, 이 가운데 한호의 수익은 30%인 34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의 이런 계산은 규정과 다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정비사업지 산정 기준’을 보면, 개발이익은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차감하여 산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 종전자산은 총수입, 총사업비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즉 서울시의 해명처럼 개발 이전 땅값인 종전자산총액은 개발이익을 산정할 때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는 서울시의 고시(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0월30일치 서울시보에 담긴 세운4구역 관련 고시. 개발이익이 ‘총수입-총지출’로 산정된다고 적혀 있다.
②‘세운4구역 평당 분양가’ 계산법에 대하여
서울시는 고시에서 세운4구역 용적률 상향에 따른 총수입이 약 3조3465억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과소하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시에 세운4구역 평당 분양가는 평균 2491만원으로 추산돼 있는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5년 전인 2020년 세운4구역보다 입지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세운6-3구역 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의 평당 분양가가 4천만원에 달했습니다. 서울시의 땅값은 최근 5년 평균 3.4%씩 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종묘 앞, 종로3가, 을지로3가역 역세권 신축 오피스텔 분양 가격은 평당 5천만원에 육박합니다.
만약 세운4구역 평당 분양가를 5년 전 세운6-3구역 평당 분양가인 4천만원으로 책정하면, 총수입은 5조4천억원에 이릅니다. 서울시가 계산한 총수입 약 3조3465억원의 1.6배 정도로 늘어납니다. 공사비 등이 주를 이루는 총지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총수입만 훨씬 커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세운4구역 개발이익은 2조4천억원이 됩니다. 민간 토지주들이 지닌 토지의 30%를 소유한 한호는 2800억원 정도의 개발이익을 배분받게 됩니다. 한겨레21이 세운4구역 토지주 등기부등본 전수조사를 통해 거래내역을 파악한 결과, 한호가 이 구역 토지를 매입하며 쓴 금액의 합계는 685억5천만원입니다. 한호는 5년 전 분양가로 계산하더라도 2100억원 정도를 벌게 됩니다.
③서울시의 ‘개발이익 환수 계획’에 대하여
초과이익 환수 장치가 없다는 한겨레21의 문제제기를 두고 서울시는 “사실이 아니”라며 “서울시에서는 세운4구역의 기반시설 부담률을 기존 3%에서 16.5%로 대폭 확대하여 종전 대비 약 12배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계획은 공공임대상가(연면적 4190㎡) 공공기여를 통해 18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용적률 상향 뒤) 변경 계획은 공공임대상가(1만8539㎡), 종묘 역사박물관, 세운상가군 매입 기부채납 공공기여를 통해 약 216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토록 계획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말하는 공공기여는 재개발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용적률 상향은 공공기여를 전제로 설계하게 되어 있습니다. 추가 용적률을 받으려면 공공기여가 따른다고 봐야 합니다. 서울 종로구가 구의회에 2025년 3월 보고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관련 구의회 의견 청취의 건’이라는 보고서에도 서울시의 공공기여 계획이 애초부터 ‘건축물 기부채납 계획’으로 정해진 ‘용적률 상향을 위한 인센티브’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시의 공공기여를 설계하는 주체도 시행사인 SH이고, 공공기여에 비용을 쓰는 주체도 SH입니다. 서울시는 ‘공공기여를 통해 약 216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한다고 밝혔으니, 이 가운데 민간 토지주가 분담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서울 종로구가 구의회에 2025년 3월에 보고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관련 구의회 의견 청취의 건’ 보고서. 공공임대상가와 박물관, 상가세입자 대책 등이 용적률 상향을 위한 인센티브임을 보여주고 있다.
④전직 서울시 공무원은 최근까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한겨레21은 ‘한호가 (서울시) 도시계획국 팀장을 지내며 세운상가 등 도심부 재개발 사업의 실무 책임자이던 고위 공무원을 세운지구를 개발하는 자회사 대표로 영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공무원이 ‘도시계획국에서 퇴직한 사무관’이었을 뿐이고 ‘한호의 세운4구역 토지 매입 시기인 2022년에는 재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겨레21이 저 문장을 쓴 맥락은 한호가 세운4구역에서 토지를 매입하기 훨씬 전부터 서울시 도시계획국에서 간부로 일해 ‘전관’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한호에 근무하며 세운지구 재개발에 관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인물은 청계천 주변 지역 강북을 개발해 강남북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춰 기존 도시를 재편하자는 서울시의 비전을 담은 ‘202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짜놓고 세운지구를 개발하는 민간업체에서 일했습니다. 등기상 한호의 자회사인 ㈜로스타 등의 대표로 2019년까지 이름을 올려놓고 실제로는 언론 인터뷰에 ‘세운지구 개발회사 대표’라고 밝히며 활동했습니다. 한겨레21이 만난 복수의 세운4구역 개발 관련자들은 이 인물이 최근까지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와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증언합니다.
⑤한호의 세운4구역 토지 매입 시기에 대하여
서울시는 또한 ‘문제는 한호가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2021년은 서울시의 용적률 상향 계획이 마련조차 되지 않을 때’라는 한겨레21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한호의 세운4구역 토지 매입 시기는 2021년부터가 아닌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로 2022년 4월 서울시의 정책 발표 이후 매입을 시작함에 따라 해당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2021년 11월 시의회에서 서울 도심 및 세운지구의 미래 모습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답변한 바 있어, 2021년 하반기에 이미 세운지구 개발에 대한 방향 전환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선 2022년 10월은 한호가 산 세운4구역 여러 토지의 등기가 완료된 시점입니다. 주민대표자회의 관계자들은 최소 2021년부터 한호가 토지 매집을 위해 다녔다고 증언합니다. 한겨레21이 만난 복수의 세운4구역 재개발 관계자들도 “2021년부터 이미 한호가 ‘우리는 구청이 아닌 서울시와 직접 얘기해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서울시와 직접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재개발 지구의 토지 거래는 일반적인 토지 거래보다 그 양상이 더 복잡합니다. 한호 역시 뒤늦게 세운4구역 땅을 사려다보니 토지 매집에 애먹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계약을 해놓고 토지 매매 대금 조정 등으로 소송에 걸리기도 하고, 특정 필지의 경우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매매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2022년 10월부터 부동산등기가 완료되기 시작한 겁니다.
더욱이 세운4구역은 서울시의회가 2023년 10월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5항을 삭제하면서 비로소 용적률 상향 현실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걸림돌이 있어 오랫동안 재개발하지 못하던 곳인데, ‘2021년 하반기에 방향 전환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었다’는 서울시의 설명은 이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겨레21은 이 문제를 계속 탐사할 예정입니다. 세운4구역 재개발 과정을 잘 아는 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박나래, 상해 등 혐의로 입건돼…매니저에 갑질 의혹

조진웅 ‘소년범 출신’ 의혹 제기…소속사 “사실 확인 중”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속보]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속보]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34575239_20251205502534.jpg)
[속보]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우라늄 농축 ‘5대 5 동업’ 하자는 트럼프, 왜?

김건희, 마스크 거꾸로 쓰고 ‘휘청’…결심공판 출석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한국은 중국 막는 첨병’…미 국가안보전략서 명시

김혜경 여사,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작가 전시 관람



![[단독] 해명 기회도 없이 국가대표 지도자 찍어낸 빙상연맹](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1019/53_17608138833675_20251017502844.jpg)


![[단독]웰바이오텍 ‘주식 대박’ 유령회사, 알고 보니 ‘윤석열 테마주’ 투자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0907/53_17572005265242_20250907500229.jpg)



![[단독] 최대 키스방 사이트 폐쇄되자 복제 사이트 등장](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0711/53_17522195984344_20250711501497.jpg)
![[단독] 서울 H&M 수거함에 넣은 헌 옷, 우간다로… ‘그린워싱’ 논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0214/53_17395244106828_20250214502722.jpg)


![[단독] 경찰 “키스방 알리미 운영자 재수사 검토할 것”](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920/53_17268278313965_20240920502522.jpg)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