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길교통 사무실 전경. 독자 제공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전액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아래에서 시내버스 회사 20여 곳을 보유한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노동조합에 사무실 제공을 거부하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차파트너스는 지노위 판정 뒤 지방자치단체의 벌점을 피하고자, 노조 활동이 불가능한 곳에 컨테이너를 두고 재심을 청구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2026년 4월23일 서울지노위는 서울 시내버스 회사 신길교통의 소수 노조 ‘바른사람 노동조합’(이하 바른노조)이 제기한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신청’ 사건을 놓고 “신길교통은 소수 노동조합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라”고 판정했다. 현 노동조합법은 소수 노조 탄압을 막고자 ‘복수 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소수 노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선 안 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2022년 1월 신길교통을 인수했다.
바른노조에 따르면, 2025년 6월 노조가 설립된 뒤 회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양천사업소의 한 공간을 사무실로 제안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해당 공간 내 각종 폐기물을 말끔히 치웠는데, 차파트너스는 돌연 ‘양천사업소 2층 사무실은 지속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회사는 소수 노조의 조합원 수(25명)에 비례해 ‘0.71평의 사무실’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건을 살펴본 지노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사무실은 마련돼 있고, 양천사업소 2층 전체가 상주 인원 없이 방치됐다는 현장 조사를 토대로 “회사가 노조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 제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주장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노위 판정 뒤 회사는 노조 집행부 인원이 일하지 않는 부천영업소에 컨테이너를 지은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시는 매년 ‘평가 매뉴얼’에 따라 각 회사에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노조를 탄압해 행정청과 사법부로부터 제재를 당하면 감점을 준다. 단 1점의 감점도 성과급 수령에 치명적인데, 사모펀드는 이윤 추구가 목적이라 이 평가 점수에 목맬 수밖에 없다.
김대환 바른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기습적인 컨테이너 설치를 두고 “노조 집행부원 모두와 조합원의 76%가 양천영업소 소속이다. 부천영업소는 13㎞ 떨어져 있다. 버스 운전을 하면서 조합 업무를 위해 부천에 다녀오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조처가 지노위 판정을 사실상 형해화하고, 2027년 예정된 서울시의 평가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신길교통은 준공영제 재정지원으로 배당 잔치를 벌인 사모펀드의 먹잇감이었다. 차파트너스는 신길교통의 자본잉여금 25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했다가 서울시의회의 지적을 받았다. 또 2024년 7월에는 ‘강성 노조’를 이유로 인천 명진교통에서 먹튀(투자금 회수)했다.
신길교통 사 쪽 관계자는 “지노위 판정에 따라 부천영업소에 사무실을 제공했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중노위에서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며 “회사에서는 여러 방안을 모색했으나, 소수 노조에서 양천영업소 2층을 고집하다보니 협의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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