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단독]웰바이오텍 ‘주식 대박’ 유령회사, 알고 보니 ‘윤석열 테마주’ 투자자

‘우크라 재건 사업 주가급등’ 연루 수익자 추적기…거연홀딩스·커스텀랩·지와이인베스트 등 묵묵부답
등록 2025-09-07 08:14 수정 2025-09-09 15:37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주가조작과 관련해 2025년 8월21일 서울 강남구 웰바이오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주가조작과 관련해 2025년 8월21일 서울 강남구 웰바이오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에서 수백억원대 ‘실수익자’로 의심되는 회사들이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간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한겨레21이 이 유령회사들을 추적한 결과, 이들이 코스닥기업 곳곳에 투자자로 등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코스닥기업 인수를 시도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사들였다. 특히 웰바이오텍으로 대거 주식 차익을 낸 자본이 투자한 곳 중에는 윤석열 정부 정책의 특혜를 받은 기업들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웰바이오텍 CB 보유자의 투자 이력 살펴보니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웰바이오텍의 주가 급등으로 부당한 이득이 생긴 것으로 보고 2025년 8월21일 웰바이오텍 본사와 관련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은 2023년 5~7월 이 두 회사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꾸며 주가가 크게 오른 일이다. 주가조작의 재료가 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에는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이 연루돼 있다.

사건 당시 웰바이오텍은 이일준 현 삼부토건 회장이 실소유했는데, 2023년 7월께 주가가 5200원대로 급등했다. 불과 3개월 전인 4월에 견줘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특검은 이 주가 급등의 실제 수익자를 추적하고 있다. 웰바이오텍의 전환사채(CB)를 보유하다가 ‘우크라이나 테마’로 주가가 급등할 때 수백억원대 주식 대박을 이룬 이들이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겨레21은 앞서 이 핵심 수익자의 명단을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제1577호 참조) 취재진은 확보한 명단을 바탕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이들이 투자한 또 다른 기업이 어딘지 추적했다. 먼저 웰바이오텍 핵심 수익자인 이아무개(41)씨 투자 이력이 드러났다. 이씨는 사실상 1인 회사로 보이는 서울 강남에 있는 ‘커스텀랩’의 대표다. 이 회사는 2023년 7월 주식전환권을 행사해 20억원어치 웰바이오텍 주식을 가져갔다. 이 주식으로 3~5배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 결과, 이씨는 강남에 있는 ‘거연홀딩스'라는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로도 등재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커스텀랩이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는 유령법인으로 추정됐던 것과 같이, 거연홀딩스 또한 공유 오피스가 본사 주소로 등재돼 있다. 역시 실체를 찾기 어려운 회사다.

이씨의 거연홀딩스는 2022년 5월23일 코스닥 상장사이면서 정보기술(IT) 유통기업인 ‘피씨디렉트’의 회사 주식 20만 주를 주당 1만5500원에 장외거래(주식시장에서 시세대로 거래하는 것이 아닌 별도 거래)로 사들인다. 총 31억원어치다. 5월23일 당시 주식시장에서 피씨디렉트의 종가는 2만1250원이었다. 기존에 이 피씨디렉트 주식을 보유한 주인은 ㅍ사인데, 시세보다 27%가량 낮게 팔았다. 이로 인해 거연홀딩스가 저렴하게 주식을 사게 됐다. 거연홀딩스가 곧바로 이를 주식시장에 매각했다면 11억5천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규모다. 다만 거연홀딩스의 이후 주식거래 여부와 거래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익을 봤는지 손실을 봤는지는 불분명하다. 피씨디렉트는 이에 대해 “회사와 무관하게 이뤄진 투자”라고 해명했다. ㅍ사는 전자우편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피씨디렉트는 대표적인 ‘드론 수혜주’ 회사다.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 디제이아이(DJI)와 패럿사의 드론을 유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드론 정책'에 따라 정책 수혜주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초기부터 드론 정책에 지원과 관심을 보였다. 2022년 5월 이미 2025년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심 내 상공에서 비행체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 상용화를 위한 기반시설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은 2022년 12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부대 조기 창설을 지시했다. 애초 드론 부대 창설 계획이 있었는데 이를 앞당기라는 거였다. 윤석열이 “드론을 스텔스화(탐지에 대응해 은폐하는 기술)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이후인 2022년 12월28일 피씨디렉트 주가는 11.6%가량 상승하는 등 출렁였다.

간판도 없는 회사가 120억원을 특정 업체에?

웰바이오텍 주가조작의 이익 세력이 또 다른 코스닥기업에 투자한 정황도 확인된다. 앞서 웰바이오텍 주가 급등의 또 다른 수익자인 ‘지와이인베스트’가 이번에는 투자 주체로 등장한다. 지와이인베스트는 웰바이오텍 주가 급등시 10억원의 주식전환권을 행사한 바 있다. 커스텀랩과 같은 사무실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와이인베스트는 정보통신기술 솔루션, 건축자재 제조, 이차전지 유통 회사인 ‘중앙첨단소재’(옛 중앙디앤엠)에 투자한다. 2022년 3월 12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이다. 이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꿨을 때 이 회사 주식 지분의 19.2%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대주주의 지분 9.6%(2023년 3월31일 기준)보다 많은 투자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전환되기 전 계약상 여러 문제로 회사가 취득해서 다시 가져갔기 때문이다. 다만 사무실도 간판도 없는 지와이인베스트가 120억원의 거액을 특정 코스닥 업체에 투자를 시도했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지와이인베스트가 해당 기업 인수를 시도했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서 철회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첨단소재는 2022~2023년 주가조작에 연루됐고, 최근 수년 사이 주가가 널뛰는 상황을 겪은 회사다. 공교롭게 중앙첨단소재 역시 윤석열 정부 때 정책 수혜주로 분류됐다. 2023년 4월 중앙첨단소재는 이차전지 소재 생산 기업인 ‘엔켐’과 합작법인 ‘이디엘’을 설립했다. 당시 이디엘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리튬염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6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2023년 8월2일 윤석열이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서 이디엘을 비롯한 새만금 투자 기업들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관련 포럼 동행한 엔캠 관계자

중앙첨단소재와 소유주가 같고 합작 사업을 하는 엔켐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 2023년 7월 윤석열의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국-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엔켐의 고위 관계자가 동행했다. 이를 두고 중앙첨단소재는 한겨레21에 “지와이인베스트의 투자 상황은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엔켐도 “중앙첨단소재와 엔켐은 관계가 있지만 다른 회사다. 사업상 필요에 의해 합작 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한겨레21은 거연홀딩스와 커스텀랩, 지와이인베스트 등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