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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움직이는 손, 이제는 빅테크다

AI 플랫폼이 표적 고르고 공격 설계… 통제 없는 ‘디지털 군산복합체’의 등장
등록 2026-04-02 19:56 수정 2026-04-06 14:37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 등 AI 기업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 로고에 AI·전쟁을 합친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지시어를 입력해서 생성한 이미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 등 AI 기업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 로고에 AI·전쟁을 합친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지시어를 입력해서 생성한 이미지.


시대가 변했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사일, 전투기, 전차, 잠수함, 심지어 핵무기 등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와 이를 운용하기 위한 장비·부품·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정부와 군이 주도했다. 그러나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책 ‘인간 없는 전쟁’의 저자 최재운 교수(광운대 경영학부)는 말한다. 그는 책에서 “이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CEO(최고경영자)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2위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의 클라우드 엔지니어가, 그리고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바뀐 전쟁 주체

실제 각국은 민간기업이 개발한 AI 플랫폼(AI의 데이터 수집·학습·분석부터 표적 선정 같은 결론 도출까지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환경)을 전장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크라이나다. AI 방산 기업 팔란티어는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나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자사의 AI 플랫폼 ‘고담’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고담은 위성부터 드론(무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서로 다른 유형의 방대한 데이터(글로 쓰인 정보보고서 포함)를 통합해 지휘관이 전장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시각화한다.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적군의 작전 의도를 파악하거나 적군의 공격을 사전에 예측한다. 예를 들어 적군의 활동이 감지됐을 때 고담 운용자는 아군 부대가 작전지역에서 철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철수 경로, 전투기나 헬기 등 공중 자원에 재급유하고 전장에 배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담을 통해 시각화 모형으로 만들 수 있고, 지휘관은 이것으로 적절한 행동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

팔란티어가 운용하는 또 다른 AI 플랫폼으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하 메이븐)이 있다. 미국 국방부가 2017년 4월에 시작한 ‘프로젝트 메이븐’(AI를 활용해 드론이 촬영한 영상에서 사람과 사물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서 비롯됐다. 팔란티어가 미국 국방부와 계약해 개발한 메이븐은 AI와 머신러닝(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 학습하고 미래 예측 같은 판단을 하는 기술)을 활용해 전장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목표물을 식별하며 공격 우선순위를 지정한다. 항공기 이동, 물류, 주요 인물의 위치, 함선 등의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고담과 기능적으로 유사하지만, 메이븐은 위성이나 드론이 찍은 영상을 분석해 표적을 찾아내는 데 특화돼 있다. 이라크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이 2024년 요르단 미군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진 일로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공습할 때 메이븐이 표적 식별에 활용됐고, 2026년 1월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할 때도 앤트로픽의 생성형 AI(대화·이미지·동영상 등 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AI) ‘클로드’와 함께 메이븐이 작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표적도 작전도 알고리즘이 고른다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이런 변화를 “디지털 군산 복합체의 등장”으로 설명한다. 2026년 3월30일 성공회대 평화월딩연구소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공동 주최한 ‘전쟁을 만드는 알고리즘, 빅테크와 AI무기’ 토론회에서 오병일 대표는 “전통적인 군산 복합체는 탱크·전투기·미사일 같은 물리적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중공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이러한 구조는 지식, 클라우드 인프라(기반시설), 그리고 AI 알고리즘의 통제권이 지정학적 권력의 핵심이 되는 디지털 군산 복합체로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디지털 군산 복합체에서는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소위빅테크업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아마존 같은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 이제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구축해 전세계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로 불리는 기업들의 기술도 전장에서 쓰이고 있다. 심지어 처음에 세운 윤리 기준을 스스로 허무는 모습마저 보인다.

앞서 구글은 2017년 미국 국방부와 제휴해 프로젝트 메이븐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 사실이 2018년 초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구글 직원 4천여 명이 전쟁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의 서한에 서명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에게 보냈다. 사내 반발이 고조되자 구글은 2018년 6월 프로젝트 메이븐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같은 달 피차이의 이름으로 ‘구글 AI 원칙’을 공개했다. 구글은 ‘전반적으로 피해를 유발하거나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기술, 주된 목적 또는 실행 목적이 인명 피해를 야기하거나 인명 피해를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무기 또는 기타 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규범을 위반해 감시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하는 기술’ 분야에서 AI를 설계하거나 배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구글은 불과 3년 뒤인 2021년 아마존과 함께 이스라엘 정부와 ‘프로젝트 님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 정부기관에 AI 머신러닝을 포함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미 개발된 시중의 클라우드 활용)를 제공하는 계약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이 프로젝트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집권세력인 하마스 제거를 명분으로 ‘웨어스 대디’(Where’s Daddy?·표적으로 지정된 인물이 귀가했을 때를 포착하는 시스템) 등 여러 AI 플랫폼을 이용해 가자지구에서 집단살해(제노사이드)를 벌이고 있다. 이후 구글은 2025년 2월 ‘AI 원칙’을 갱신했는데, 살상을 초래하거나 감시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분야에서 AI를 설계 또는 배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언을 모두 삭제했다. 이어 2025년 12월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운영하는 플랫폼 ‘제너레이티브AI’(GenAI.mil)에 심층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문서 요약, 서식 작업, 영상·이미지 분석이 가능한 ‘정부용 제미나이’(Gemini for Government)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같은 국가의 민간 정보기술(IT) 기업 의존도 심화는, AI 기업과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고 개인정보 남용을 규제하는 공공정책 추진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오병일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국가와 기업 모두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명확한 규범이 부재하며, 이는 민주적 통제 밖에서 기술이 군사적으로 활용되는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에 대해서는 기존 국제인도법의 원칙을 넘어서는 더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국제규범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감시와 완전한 자율살상무기(LAWS) 같은 고위험 영역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금지 조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제1607호 표지이야기 참조)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25년 12월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국방 인공지능(AI) 생태계 발전포럼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25년 12월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국방 인공지능(AI) 생태계 발전포럼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너진 금지선, 열린 전쟁

한국도 국방과 민간 AI 기술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6년 3월6일 서울 용산과 양재, 경기도 판교, 대전, 부산 등 전국 5개 지역에 국방 에이엑스(AX·인공지능 전환) 거점으로서의 군·산·학 협력센터를 설치해 기업·연구기관과 공동으로 군에 필요한 AI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2월23일엔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사와 방산 벤처천억기업(당해 결산 기준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인 벤처기업) 10개사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국방부의 원종대 AI 담당 차관보는 2월3일 방송된 국방홍보원 케이에프엔(KFN) 뉴스 ‘오늘의 초대석’ 인터뷰에서 “AI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3요소”로 데이터, AI 모델, 그리고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인프라를 언급했다.

이처럼 한국의 국방부가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어떤 데이터가 군사용 AI에 쓰일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테크업계(정보기술 분야)에서 1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한 조경숙 도토리랩스 대표는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이 개발한 AI 플랫폼 ‘래티스’를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국경 관리를 이유로 사람을 자율적으로 탐지,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래티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밀입국과 마약 반입을 차단하겠다며 미국과 멕시코를 나누는 국경에 설치한 감시탑에 사람이나 차량의 움직임을 구별하는 래티스가 내장돼 있다. 감시탑으로부터 약 2.8㎞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넘기고 있는가

조경숙 대표는 “(방산 기업인) 안두릴 같은 경우는 이민자 감시탑에서도 (AI를 통해 민간인을 감시한)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우리나라 국방 AI에서도) 민간인 데이터가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며 “도대체 어떤 데이터가 (국방 AI에) 넘어가는 상황인가를 우리가 뾰족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출입국 (심사 고도화를 위해 ‘인공지능 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해 약 1만7천만 건의 내·외국인) 얼굴 사진을 (데이터 학습에 쓰도록 이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에 넘긴 일이 크게 이슈가 됐는데, 이처럼 정부가 이미 민간 AI 학습용으로 이전한 개인정보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데이터를 민간에 넘기도록 동의한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 정부가 방산 스타트업에 (AI 학습용으로) 데이터를 준다고 했을 때 그 데이터가 어떤 데이터이고 (정보 주체로부터 사용) 동의를 받았는지, 동의를 받았다 해도 그렇게 활용해도 되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제1607호 표지이야기: 책임 없는 살상 AI
<게임처럼 죽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080.html
<혁신의 이름으로, 살상이 자동화된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083.html
<세계 최초? 가장 위험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0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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