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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 통과되면, 강원도 개발은 도지사 마음

강원특별자치도 앞두고 ‘난개발 우려’ 특별법 발의… 환경부도 개정안에 우려하는 견해
등록 2023-04-14 23:08 수정 2023-04-18 09:52
한국환경회의가 2023년 4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전부개정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한국환경회의가 2023년 4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전부개정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2023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국회에 발의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전부개정법안’(특별법 개정안)이 2023년 4월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엔 현행 핵심 개발 규제에 대한 권한 이양 등이 담겼는데, 환경단체는 이 법이 통과하면 강원도에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반대한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4개 시민환경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4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개정안은) 생태계 보호 및 보전 관리 법체계를 무너뜨리며 난개발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라며 “개발사업에 최소한의 보루였던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도지사에게 준다면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법 개정안은 환경부 장관이 가진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 등을 강원도지사에게 이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별법 개정안은 제101조부터 제106조까지 ‘특례’라는 단어를 넣어 도지사에게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과 협의 요청, 협의 내용 통보 기간, 변경 협의 등도 도지사의 권한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이를테면 수십 년간 강원도의 숙원사업이던 오색케이블카의 경우 환경부에서 2019년 부동의 결정을 내리며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해주지 않았다가, 정권이 바뀌어 2023년 2월에야 조건부로 협의해줬는데 만약 이 법이 통과된 이후였다면 환경부를 거치지 않고 강원도지사의 권한으로 협의가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법 개정안엔 △생태 자연도 1등급 권역(3만㎡ 이하 면적) 개발 계획에 대한 해제 특례 △산림이용진흥지구 지정 권한 이양(산림청장→강원도지사) △보전산지 변경·해제, 산지 전용 허가, 산지 일시 사용 허가 등 산지관리 권한 이양(산림청장→강원도지사)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해제 구역변경 권한 이양(산림청장→강원도지사)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간단히 말해 강원도지사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백두대간 보호구역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로 보호되는데 강원도의 보호구역은 도지사 맘대로 하겠다는 이야기고, 환경영향평가도 협의를 환경부 장관이 하게 돼 있는데 강원도지사가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기후변화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이 ‘생물다양성 감소'인데, 그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강원도”라며 “생수를 사 먹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면서 왜 자연생태계가 주는 가치를 무료로 생각하느냐. 개발에도 대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협의 의견을 낸 환경부도 특별법 개정안에 우려하는 견해를 밝혔다. 2023년 3월 나온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를 보면 조항별 정부의 관계 부처 의견이 기재됐는데, 환경부는 이 중 14개 조항에 ‘신중검토'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101조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 관한 특례 조항에 대해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 적정성, 입지 타당성 등을 검토해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라며 “지자체에서 협의 권한을 가질 경우 국가 차원의 환경용량과 지역 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협의가 사실상 어려워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102조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에 관한 특례 조항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의 계획·승인 주체와 독립된 협의기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전문적으로 검토하여 환경영향을 회피 또는 최소화하도록 하는 사전예방적인 협의 제도”라며 “승인기관이 협의 권한까지 가질 경우는 협의 제도 기능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담긴 의견을 냈다.

환경부는 이 외의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개발 계획을 직접 입안해 사업 승인·협의를 모두 하는 경우 객관성 논란” “자치단체·지역주민 간 환경영향 갈등시에 중립성 문제로 의사결정 지연” “민간투자 광역 공공·공익 사업의 협의권 이원화 등에 따른 사업 지연 및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 우려” 등의 의견을 밝혔다.

강원도는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하기만을 바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권한을 지자체에 내려줘도 우리가 먼저 설악산 제일 깨끗하게 보존하고 예쁘게 가꿔나갈 것”이라며 “막연한 (난개발) 우려 이런 것 때문에 중앙정부가 그 권한을 움켜쥐고, 40년 동안 케이블카를 하나 못 놓게 이렇게 했으니 강원도에서 어디 숨이나 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환경회의 쪽은 “우리도 강원특별자치도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성공은커녕 공멸을 자초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명한 이용, 즉 엄격한 보존과 완충지역 등 개발할 곳과 보전할 곳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4월19일 법안심사소위 전까지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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