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대안운동을 찾아서]
에너지시민연대가 벌이는 스마일 운동…전기절약 실천해 ‘재앙’의 가능성 줄인다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최근 개봉된 영화 (The day after tomorrow)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규모 해류 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도쿄에서는 주먹만한 우박이 내려 건물과 자동차가 파괴되고 사람도 목숨을 잃는다. 유럽은 폭설 피해를 입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은 갑자기 발생한 수십개의 토네이도로 초토화된다. 해일로 물에 잠긴 뉴욕을 비롯한 북반부 대도시들이 점차 빙하로 뒤덮인다. 이 영화는 과다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경고하고 있다.
온갖 절약 실천하는 사무실
서울 신문로에 있는 ‘에너지시민연대’는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 지난 2000년 6월 결성됐다.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절약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운동을 펼친 이 단체는 그동안 전기절약 20% 운동, 에너지 절약 100만 가구 운동, 에너지 효율화 확산운동, 에너지 관련 법·제도 개선운동, 기후변화 방지활동, 지역 에너지조례 제정운동,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운동, 냉·난방 에너지 수요 줄이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 6월16일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실은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연 바람’에 의지한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생활의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에너지를 절약해보겠다는 노력이 엿보였다. 조명의 경우 고효율 형광등에 ‘반사각’까지 설치돼 있었다. 활동가들의 컴퓨터와 주변기기는 모두 ‘절전형 멀티탭’으로 연결돼 있다. 전기 제품 사용을 중단했을 때라도 전원이 연결돼 있으면 전기가 흐르는데 이를 ‘대기 전력’이라고 한다. 절전형 멀티탭은 이런 대기전력를 간단하게 차단해주는 장치다. 박정문(26)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대기전력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를 절약할 경우 각 가정에서는 연간 3만3천원, 전국적으로 4620억원이 절약돼 핵발전소 1기의 건설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귀띔한다. TV, 비디오, 헤어드라이기, 전기면도기, 전자레인지,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기, 세탁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오디오, DVD플레이어, 팩시밀리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가전제품을 끈 상태로 플러그를 꽂아둔 채, 그대로 외출했다면 다섯개의 방에 불을 모두 켜두고 집을 비운 것과 같다고 한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사무실의 전구를 고효율 전구의 절전형 제품으로 교체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한 결과 전기요금이 줄었다며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분 사무실의 전기 사용 영수증을 보여줬다. 멀티탭을 설치하기 이전인 지난해 5월은 275kWh로 2만9436원이지만, 설치 뒤인 올 5월에는 237kWh로 2만3866원으로 14.8%가 줄었다. “절약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며 핀잔을 주던 동료들도 이제는 사용이 끝난 뒤 코드를 알아서 뽑는다. “선물로 받은 멀티탭으로 컴퓨터에 연결된 플러그를 모두 꽂아서 컴퓨터 끄면 한번에 다 꺼지도록 했더니 한달 전기요금이 전달보다 1만원 정도 줄었더군요.”(김미영 회원·경북 포항시 북구)
에너지연대는 지난해 ‘전기 에너지 20% 절약운동’을 펼치면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보내온 실천 수기와 가구별 절약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에너지 스마일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 구조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에게 에너지를 나눠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에너지 스마일 운동은 크게 ‘에너지 절약을 위한 100만 가구 참여운동’과 ‘에너지 나눔운동’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100만 가구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전국 에너지 절약 100만 가구를 모집하고, 모집 가구에 실효성 있는 절약 방안을 제공한 뒤, 에너지 절감량을 산출하기 위해 매월 해당 가구의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 100만 가구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에너지연대의 홈페이지(www.100.or.kr)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한 뒤 매월 절약수첩에 전력 사용량을 입력하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 전력을 지난달과 비교해 절약한 흔적이 보이면 다양한 환경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저소득층을 위해 100만 가구가 절약한 금액만큼 에너지 저소득층에 전달하는 ‘에너지 나눔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되는 등 에너지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가구는 약 200만 가구로 추산된다.
냄비 같은 절약운동은 그만
온라인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이 운동은 보름 만에 1만5천 가구가 동참 의사를 밝혀와 주최쪽을 놀라게 했다. 에너지연대가 지난 한해 동안 전국의 800가구에 에너지 절약 요령을 제시하고 절전 멀티탭을 설치한 결과 가구당 월 평균 46kWh 정도는 쉽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에너지 절약운동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에너지 위기 때마다 매번 내놓은 비슷한 대책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태호 사무처장은 “그동안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조금 있으면 사라진다. 냄비처럼 잠시 끓었다가 식어버리는 형태의 에너지 절약운동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 에서와 같은 환경 재앙은 ‘내일’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일’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재앙이 닥쳐왔을 때 인간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미리 준비하지 못해 발생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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