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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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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모니터링, 국회를 지킨다

등록 2004-10-28 00:00 수정 2020-05-03 04:23

[풀뿌리 대안운동을 찾아서]

올해로 6년째를 맞은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국감장·TV모니터·사이버 모니터로 입체적 감시

▣ 글 · 사진 김타균/ 녹색연합 국장 greenpower@greenkorea.org

10월21일 오후 국회 본관 1층 144-1호실. 입구에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필자로서는 참 묘한 감정이 묻어나는 안내판이었다. 1999년과 2000년 국감모니터단으로 활동하면서 경위들에게 끌려나오는가 하면, 국회쪽에서 평가단의 이력서, 평가방법 설명서, 의정활동 불간섭 각서 제출 등을 요구하면서 방청을 허락하지 않아 만만찮은 줄다리기 끝에 방청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국회 본관에 국감 모니터단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해 보였다.

시민기자 30여명도 참여

모니터실은 예전처럼 몹시 분주했다. 각 상임위별로 이뤄지는 국회방송을 켜놓고 모니터를 하다 보니 웅성거림은 끝없이 이어졌다. 한쪽에는 국회의원들이 보내온 정책자료집과 보도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임시 칸막이에는 한두명의 모니터 요원들이 자리에 앉아 TV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국회의원의 질의와 피감기관의 답변 내용을 기록했다.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내려는 국회의원들과 문제될 답변을 피해가려는 피감기관 사이의 ‘신경전’이 팽팽했다.

국정감사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은 올해로 6년째다. 27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04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10월4일부터 일일모니터를 시작했다. 이들은 10월14일 의원들의 출석률과 이석률을 비교해 △성실성 △피감기관의 긴장도 △질의·보도자료의 충실성 등을 잣대로 우수 국회의원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본관 5층 환경노동위 국감장 앞 복도. 환경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마지막 국감을 앞두고 환경부 공무원들은 정책자료집을 들고 복도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국회 상임위에 출석하는 장관의 답변을 돕는다고 하지만, 이런 풍경은 17대 국회에서도 여전했다. 방청 허가를 받았지만 국감장에는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 환경부 장관 뒤로 실·국장과 직원이 자리를 가득 메워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증인과 참고인, 모니터요원 모두 긴장한 표정들이다.

“피곤해서 잠이 쏟아지지만, 일거수일투족이라도 놓치면 영원히 기록에서 빠지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의원 개개인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해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어서 기록 하나하나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모니터 요원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모니터단은 국감장에 직접 들어가는 요원, 방송모니터 요원, 의원 질의자료와 홈페이지 등을 관리하는 사이버 요원까지 포함해 1천여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엔 시민기자 30여명이 함께 참여해 중요 국감을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국회의원 선거만 끝나면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처음엔 국감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지만 실무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국감의 중요성과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지역 국회의원의 활동을 꼼꼼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모니터 요원 김아리(숙명여대 2)씨는 일일 모니터링에 참여해 느낀 점을 당차게 밝혔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국정감사를 모니터하다 보니 요원들은 밤에는 파김치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원들은 30분마다 의원들의 출석과 이석을 체크하고, 질의 내용과 태도, 정책대안 제시 수준과 피감기관의 답변 청취 태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의원을 감시하면 정치를 배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체크리스트를 채워나가던 김광일(한양대 3)씨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니터단 활동을 신청했다”며 “국회가 움직이는 시스템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지은(한양대 3)씨는 “의원들이 전반적으로 성실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특히 필요 이상의 정치공세도 여전하고 나왔던 질문을 반복하는 등의 오래된 비효율성도 사라지지 않았다고”고 꼬집었다. 최씨는 의원 개개인별 모니터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감 모니터단의 실무책임자인 홍금애(48)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99년부터 이 일을 하고 있는 홍 위원장은 “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면서 “자발적인 모니터요원이 없었다면 이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에 대한 막연한 관심은 높은 데 비해 국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를 잘 모르는 우리의 현실에서 국감 현장은 모니터 요원들에게 훌륭한 정치 학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국감들과 비교해볼 때 이번 국감이 다소 나아진 점이 있어요. 17대 원 구성 이후 첫 국정감사라는 점, 초선 의원의 의욕적인 준비, 모니터 활동 등이 많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홍 위원장의 대략적인 국감 평가다. 그는 “일괄 질의에 이은 일괄 답변 대신 일문일답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문일답은 무엇보다 시간도 절약하고 감사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평범한 시민들의 눈높이로 국정감사를 지켜보려는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의회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도 발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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