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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심’을 품은 ‘민심’

등록 2022-02-18 17:24 수정 2022-02-19 02:19

“판세는 아직 안갯속”이라고 지난호 표지이야기(제1400호) 들머리를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약간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2월17일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던진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국민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단일화 이슈의 결론이 나오면 다시 여론조사 수치의 흐름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지지율 변화가 추세가 될지, 일시적 현상일지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면 좀더 분명해질 것 같습니다.

야권 단일화가 역시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듯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틀 전인 2월13일, 윤석열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 쪽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크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여론조사 방식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담판으로 단일화를 하자고 합니다. 양쪽의 물밑 옥신각신이 좀더 오갈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대선 역사상 가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인 듯합니다. 이런 혼돈의 상황을 반영하듯 제1400호 표지이야기에 조랑조랑 달린 댓글 수백 개도 분분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치 뉴스에 붙는 댓글이 으레 그렇듯 ‘댓망진창’(댓글이 엉망진창)인 경우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다 맘에 안 드는데 정권은 교체되면 좋겠다. 한 번씩 정권을 잡아야 정신들 차리지.”(아이디 으****)

“어려운 시점에 정권교체(하는 것)만 답인 것은 아니다. 무능한 사람으로 정권교체를 하고, 전 정권에 대해 보복 운운하면 나라만 시끄러워지고, 국민생활만 어려워진다.”(jin*****)

“후보가 둘뿐인가?! 난 안철수가 답인 듯하다. 영부인도 이 두 사람의 아내들은 한참 자격미달임.”(toy****)

투표의 기준으로 정권교체를 가장 우선시할 것인가, 후보 능력을 가장 중요시할 것인가, 후보와 가족들의 도덕성을 중요시할 것인가에 대한 누리꾼들 나름의 판단이 담긴 댓글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누가 되더라도 양쪽의 불신이 커져서 화합이 안 되고 갈등이 더욱 심해질 텐데. 과연 이 난관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quz*****)라며 선거 이후 우리 사회가 더욱 분열될 것을 우려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흔쾌히 표를 주고 싶은 후보도 없고, 대선 뒤 사회가 통합되기보다 분열로 갈 것이 우려되는 대선입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이와 같은 안갯속 구도는 ‘천심’을 품은 ‘민심’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표일 전에 이 안개는 과연 걷힐 수 있을까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이번 대선이, 민심을 선거 때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두려워할 수 있는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되길 바라봅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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