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첫 전성기를 맞이한 2017년, 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비트코인 2만원어치를 샀습니다. 여기저기 써보고는 잔돈이 20원 남았습니다. 까맣게 잊었던 그 잔돈이 2021년 비트코인 열풍이 다시 몰아치자 떠올랐습니다. 뒤져보니 1만1천원으로 치솟아 있었습니다.
2017년에 이어 다시 비트코인(암호화폐) 열풍이 몰아쳤습니다. 이번에는 기초부터 꼼꼼히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한 달 전쯤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에 협업을 제안했고 ‘비트코인 탄생 12년’으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비트코인이 화자로 나선 첫 번째 기사는 “(사람들은) 내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나도 날 잘 모른다”로 시작한 자서전 형식입니다. 2009년 1월 ‘아나키즘 화폐’로 태어났으나 2021년 현재 미국 월가의 먹잇감이 돼버린 비트코인의 서글픈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기사는 암호화폐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도입하는 이유를 썼습니다. 중국은 중앙은행의 권력 확대를 노리지만 중미 바하마, 북유럽 스웨덴 등은 국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CBDC를 도입한답니다.
비트코인을 표지이야기로 다루려고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한창 논의하던 때 변수가 생겼습니다. 6월11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탄생한 겁니다. 36살, 젊은 당대표는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왠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 “청년수당이 체계적으로 주어진다면 분명히 위화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말, “약자에게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경제적인 보증을 해주려는 것”이라는 말, 오래전부터 들어본 듯합니다.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재임)이 떠올랐습니다. 이준석 대표도 그의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말합니다.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보다 공세적으로 자율성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갔다. 레이거노믹스가 그런 정책이다. 같은 시기 영국에서도 대처리즘이 있었다. 결국 평등의 가치보다 자유의 가치를 (미국이) 선택했다고 본다. (…) 미국식 자유의 가치를 (한국) 사회 전반에 받아들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21세기 들어 우리 정부는 어쨌든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대로 나아갔는데 이준석 대표는 시곗바늘을 20세기로 확 돌려버렸습니다. “청년수당이나 노령연금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 의견이다. 그런 수당과 연금은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준다.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본다. 감세를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고민해봐야 한다.”(<공정한 경쟁>)
이번호 표지이야기 주제를 비트코인에서 이준석 대표와 청년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은 갓 당선된 야당 대표를 두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지만, 약육강식이 당연하다는 ‘이준석식 공정’, 시험으로 증명하라는 ‘이준석식 실력’에 호응하는 청년에게는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보며 월급만으로는 ‘사회 계층사다리’를 건너지 못한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비트코인 투기에 뛰어들었듯이, 그들이 이준석식 공정과 실력에 빠져드는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역시, 불평등이 출발점입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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