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너는 되고 왜 난 안 돼”란 마음을 품고 산다. 이런 ‘르상티망’(강자에 대한 약자의 원한)이 정치 영역에서 강력한 평등주의적 요구로 귀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도 그랬다.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냐” “나 같은 서민이 어떻게 상위 30%냐”는 항변은 정치권을 긴장케 하기 충분했다.
이 빈 공간을 노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제안은 여당이 ‘100% 지급’을 밀어붙이는 징검다리가 됐다. 재난 피해를 걱정하는 처지에선 ‘어시스트’지만 돈을 아끼자는 사람들 처지에선 ‘자살골’인 모양이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이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선거를 눈앞에 두고 모처럼 만들어진 보수들의 공동전선은 다소 어색해졌다.
어쨌든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면 재원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소득층에게서 지원금을 환수하는 전제가 있다면 전 국민 지급을 고려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기금 조성을 언급한 바도 있지만, 결국 가장 유력한 수단은 세금일 것이다. 소득세 부과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 대목에서 걱정스러운 건 보수야당만큼이나 여당이 미덥지 못하다는 거다. 서울 강남권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장이 그렇다. 종부세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유력한 수단이다. 국세로 걷어 지방교부금 명목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로 내려보내기 때문에 역교부적 성격이 있다. 요즘 같은 때는 쓸 돈이 모자라는 지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소득이 없는 1주택자를 예로 들며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말했는데, 이명박 정권 때 장관을 지낸 강만수씨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강남구 아파트를 소유한 강만수씨는 종부세를 내기 위해 담보대출까지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여당의 종부세 완화론은 이런 ‘강만수씨들’의 표를 노린 공약인 셈이다.
이런 ‘우클릭’이 절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는, ‘왜 나만?’이란 억울함을 근거로 한다면 미래통합당 차명진 국회의원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막말은 ‘너나 나나’란 피차일반의 논리에 기초한다. 보수세력은 세월호 참사를 오랜 기간 폄훼해왔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앞에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말하는 사람들이 뒤로는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나쁜 놈’보다 ‘거짓말쟁이’가 더 나쁘다는 건데, 대중의 반정치주의 의식에 기대려는 것이겠지만 정치가 아닌 심리적 분석이 필요한 문제 같기도 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는데, ‘나쁜 놈’ 처지에선 진실을 구하는 숭고함은 존재할 수 없다. ‘나만 더러워?’ 그래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너는 곧 나여야 한다’는 일종의 인정 투쟁이다.
선거는 이런 사회적 미성숙을 확인하는 기회도 된다. 가본 적 없는 외국을 떠올리며 왜 나만 이런 곳에 사는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세상을 바꿀 실천에 나서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투표는 해볼 생각이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내란대행’ 한덕수 석달 전 본심 인터뷰 “윤석열은 대인, 계엄령은 괴담”
“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한덕수 탄핵안…민주당 “내일 표결”
공수처, 윤석열에 29일 출석 요구…3차 소환통보
홍준표, 대선 출마 공식화…“장돌뱅이가 장에 안 나가나”
[단독] 노상원 점집 수첩에 “사살” 그 대상은…검찰서도 진술 거부
윤석열이 더럽힌 회색 유니폼 [뉴스룸에서]
육사 등 없애고 국방부 산하 사관학교로 단일화해야 [왜냐면]
[영상] 탄핵열차 막아선 한덕수…여야 합의 내세워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명태균 “윤 부부에 대우조선 ‘강경진압’ 보고”…전방위 국정개입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