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피해자의 장례식장. ㄱ씨 제공
2025년 3월31일 이후 ㄱ씨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은 환하게 웃고 있는 둘째 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딸의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통곡하다 쓰러진 아내를 보며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아빠가 눈 감을 때까지 너를 절대 잊지 않을게.” 아내를 가장 많이 닮았던 둘째 딸은 그해 3월29일 오후 5시께 프로야구 엔씨(NC) 다이노스(NC)의 홈구장인 경남 창원NC파크 3루 매점 쪽 5층 높이(17.5m) 외벽에서 떨어진 60㎏짜리 알루미늄 외장마감재(루버)에 머리를 맞고 크게 다쳐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 때 ㄱ씨의 막내 딸과 또 다른 1명도 다쳤다.
사고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26년 2월12일 경상남도청(경남도)은 창원NC파크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작성한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한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가 구성된 뒤 10개월 만이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는 루버 상부 체결부의 구조적·기술적 결함과 설계·발주·시공·유지관리 등 전 과정에서 관리상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 알루미늄 루버를 놓고선 “사고 발생 지점에서 창문 유리 파손에 따른 보수 공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루버를 일시적으로 탈거한 뒤 재부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한 뒤 다양한 직·간접적 요인으로 루버 상부의 볼트·너트, 하부의 볼트가 순차적으로 이탈해 낙하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와셔 등 일부 부품이 볼트 규격에 맞지 않았고 △외부 바람 등으로 루버에 진동이 누적된 상황에서 △루버 상부에 체결돼 있던 너트가 이탈된 점을 사고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파악했다. 이밖에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업무, 시설물 유지·관리 단계 소홀 등은 간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박구병 사조위원장은 “특정 단일 단계의 과실이라기보단 루버 체결부의 구조적·기술적 결함뿐만 아니라 설계·발주·시공·유지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의 관리 미흡이 누적돼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경상남도청 사고조사위원회가 2026년 2월12일 경남도청에서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 사고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표 자료에는 창원시, 창원시설관리공단(시설공단), NC 등 책임 있는 당사자들은 누구인지 나와있지 않다. 사조위는 “루버를 일시적으로 재부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누구의 지시로 작업이 이뤄졌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루버 재부착은 NC가 유리창 교체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업체가 한 작업이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시설물에 문제가 있었고, 관리·감독이 안 됐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사안이다. 이걸 알기 위해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며 “사고 조사는 책임의 주체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한데, 발표 자료에는 주어가 없어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조위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사고 원인을 조사한 첫 사례였다. 시설물에 의해 시민이 사망한 중대시민재해였기에 시민사회·노동계의 이목이 쏠렸지만, 조사 대상자인 창원시가 사조위를 꾸려 초기부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2025년 4월18일 창원시에 꾸려진 사조위는 논란 끝에 7월부터 4개월간 활동을 중단했고, 11월29일 자료를 경남도에 넘겼다.
하지만 경남도로 운영 주체가 바뀐 사조위도 조사 내내 유족과 소통은 물론 일절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비판을 샀다. 경남도는 사조위의 최종보고서 발표 직전까지 유족과 자료를 공유하지 않았고,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025년 12월24일이 돼서야 ㄱ씨를 처음 불러 의견을 들었다. 이때 유족은 조사위 참여를 요청했지만, 경남도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족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NC와 시설공단 역시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유족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ㄱ씨에겐 사고 당시 영상을 얻는 게 급선무였는데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보안’을 이유로, NC와 시설공단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유족의 자료 요구를 거절했다. NC는 사고 초기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고, 이때만 짧게 유족과 소통했다.
ㄱ씨는 조사 결과 발표 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21과 만나 울분을 토했다. 그는 “2025년 4월28일 이진만 NC 대표이사와 시설공단 이사장을 만났는데, 저한테 (사고 영상을) 주겠노라 했다. 이진만 대표는 다음 달 허구연 KBO 총재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도 유족의 사고 자료 요청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추후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에) 증거 자료를 공유할 수 없다고 (법률 대리인에게) 서면 통보했다”고 말했다. NC는 2025년 6월13일 ㄱ씨 쪽에 “요청한 자료는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한 자료 요청이기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피해자를 애도하고자 야구팬들이 마련한 추모 공간. ㄱ씨 제공
발표 자료에는 사고 발생 뒤 NC가 어떻게 수습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이는 유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ㄱ씨는 NC 직원이 피해자들과 병원까지 동행했는데 왜 부모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는지, 현장 구호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 각종 질문에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ㄱ씨는 “사고 현장에서 병원까지 간 시간을 보면 거의 30분을 지체했다. 이해가 안 된다. NC 직원에게 ‘구호 조치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NC가 처음 요구했던 영상을 보여주며 어떤 조처를 했는지를 말하고 ‘죄송하다’며 적극적으로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서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늦어도 그해 6월 안에 모든 게 정리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ㄱ씨는 2025년 7월3일 사고 자료 확보하고자 창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그 뒤 목격자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이후 시설공단은 손해배상액 한도가 적힌 보험증권을 보낸 뒤 유족과 접촉하지 않았다. 시설공단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공단은 야구장을 관리·운영하는 주체가 아니고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처벌 대상도 아니다. NC 다이노스가 (야구장의) 관리자, 점유자이고 중대재해처벌법상 관리 주체”라는 의견을 냈다. ㄱ씨 쪽 대리인은 “2025년 7월 사조위가 파행된 뒤 창원시는 유족에게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NC 구단의 연고지 이전 관련한 입장만 나올 뿐, 유족에게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말조차 없었다”고 했다.
유족을 향한 대응에는 미흡하던 창원시는 사고를 계기로 NC가 ‘연고지 이전’을 거론하자 구단에는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창원시는 2025년 7월31일 20년에 걸쳐 총 1346억원을 투입해 홈 경기장 손실 보상을 제외한 NC의 각종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ㄱ씨는 “창원시는 NC가 떠난다는 말이 나오니 달래기 위해서 발표도 하고 온갖 인터뷰를 다 했다”며 “사고를 놓고선 유족에게 사과방송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NC는 ㄱ씨와 민형사적 합의를 바라고 있다. 경찰은 이진만 NC 대표이사와 시설공단 전·현직 이사장을 중대시민재해 및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사조위의 최종보고서가 나온 만큼 수사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려 합니다.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전 거리로 나설 겁니다.” ㄱ씨가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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