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9월까지 개학 연기, 어떨까요?

등록 2020-03-18 21:58 수정 2020-05-03 04:29
어홍 제공

어홍 제공

“잠시만요, 블루투스 (이어폰) 빼고요.”

바삐 걸어가다 ‘잠시 멈춤’ 하고 전화를 받았다. 일터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를 두면 좋을 때지만 재택근무는 불가능한 일이다. 독자 어홍(43)씨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영상의학 전문의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담당하는 분들은 바쁘지만 전체적으로 환자 수는 감소해” 일이 조금 줄었다. 그래도 “다들 스트레스는 더 받고 더 우울해한다”고 했다. “일상을 못 사는 우울함”이 크다.

“언제까지 우울하게 살아야 할까요?” 질문만큼 답변도 우울했다. “(2009년) 신종플루도 타미플루가 나와서 끝났잖아요.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가야 한다고 봐야죠. 외국에서의 유입을 100% 차단할 방법이 없잖아요.”

일터에 있는 시간이 많고, 나머지 시간은 초등학교·고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기에 을 못 볼 때가 많다. 평소에는 “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정기구독하다”가 6개월에 한 번씩 기사를 몰아 본다. 한가위·설 퀴즈큰잔치를 풀기 위해서다. 그래도 최근엔 코로나19와 관련해 몇몇 기사를 챙겨봤다. 그중에서 “의료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이야기한” 기사인 ‘바이러스 대신 정보 막은 대가’(제1298호)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의사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병원에 올 때만큼은 KF94, KF80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다. “면마스크가 젖어 있으면 밖에 있는 비말이 (누군가한테) 튈 수 있거든요. 가끔 면마스크 쓰고 온 분이 있으면 당황스러워요. 밖에서 돌아다니는 분이면 면마스크, 누군가와 대면해 일하는 분이면 KF94, KF80을 쓰는 게 맞아요.”

독자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도 물었다. “이런 기사도 가능할까요?” 개학 날짜를 3월23일에서 아예 9월로 대폭 연기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기사를 보고 싶단다. “개학했는데 한 반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학교 아이들이 2주간 격리돼야 하잖아요. 그런 학교가 우후죽순으로 나오면 우리가 다 감당할 수 없어요.”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까 걱정이란다. “(일부) 고등학교 3학년만 2주간 격리했어요. 그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받을 때, 수능을 치를 때 (그 결과가) 합리적이라고 다들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참에 다른 국가들처럼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가을학기제’를 도입하는 방식도 고민해보잔다. 코로나19, 우리 일상을 어디까지 바꿀까.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