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전화에 남들 다 있는 게 하나 없다. 네이버 앱이다. 지난해 5월11일 호기롭게 지워버렸다.
나름 저항의 표시였다. 디지털 공간에서 포털에 종속된 언론의 처지를 고발, 아니 고백하는 칼럼도 썼다. 앱 지우기는 자기 기사마저 네이버에서 보는 ‘노예 언론’의 지긋지긋한 모순을 끊으려는 결기의 표현이자 소소한 실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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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그 뒤 단 한 명의 동지도 만나지 못했다. 기자들도 독자들도 호응하지 않았다. 칼럼용 선언에 그쳤다. 누군가 묻긴 했다. “네이버 다시 깔았지?” 의심하고 확인하려 들었다. 이런 타인의 시선도 의식했지만,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가벼움이 싫어서 버텼다. 네이버 앱 없이 지낸다는 게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인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도 컸다. 답은 분명했다. 없어도 된다. 아직 네이버 앱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네이버 앱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네이버 세상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포털에서 해방되지는 못했다. 네이버 앱을 지운 지 두 주가 채 안 돼 다음 앱을 깔았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뉴스를 챙겨봐야 한다는 직업을 핑계 삼아 편리하게 뉴스를 모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끝내 포기하지 못했다. 큰 무덤에서 나와 작은 무덤으로 옮긴 꼴이다. 뉴스 소비자는 대부분 모바일을 이용하는데, 그중 다수가 포털로 뉴스를 본다. 포털 뉴스 이용자 열 중 예닐곱은 네이버, 두셋은 다음, 나머지는 네이트나 구글, MSN 등을 쓴다.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이 네이버 앱을 삭제했다고 ‘네이버 천하’가 간단히 바뀔 리 없다. 달걀로 바위 치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저항은 보잘것없이 끝났고, 결기는 네이버 대신 다음을 선택하는 순간 무너졌다. 그래도 얻은 게 있다. “이용자는 네이버 앱으로 꼬리표 없는 뉴스를 소비한다. 제목을 보고서 클릭하지만 누가 썼는지 모른 채 읽는다. 언론사는 ‘피비(PB) 뉴스’ 공급자로 전락했다. 그나마도 공짜다.”(제1212호 만리재에서) 네이버는 뉴스 유통의 독점뿐 아니라 독자와 언론의 관계 단절을 상징한다. 휴대전화에서 네이버 앱을 휴지통에 버리기 전 품었던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따라서 네이버 지우기는 독자와 언론의 관계 회복 신호탄이었다.
네이버를 지운 지 1년2개월이 지났다. 네이버에 금이 간다는 소식조차 없지만 은 독자와 단절된 관계 회복을 넘어 새로운 관계 설정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 국내 언론 최초로 독자와 뉴스룸이 실시간 소통하는 단체대화방(독편3.0) 채널이 1년째 가동되고 있다. 독자 43명이 날마다 수다를 떨며 표지 기사에 의견을 내고, 기사 제안 또는 겉표지 결정 등에 참여한다. 지역 독자, 독편3.0 독자, 전체 독자 등 수시로 이뤄지는 다양한 층위의 만남으로 독자와 접점이 더욱 넓어졌다. 지면 개편 등을 위해 독자 설문조사도 몇 차례 벌였다. ‘독자들과 함께 추적한-플라스틱 로드’(제1265호)는 독자 표지공모제 1호 기사였다. 독자가 뉴스룸과 호흡을 맞춰 잡지 표지 기사를 쓰는 혁신적인 독자 참여저널리즘의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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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에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 편지를 보냈다. 봄에 시작한 후원제가 어느덧 넉 달째다. 곧 외국에서도 후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지면과 에 이재호·방준호·조윤영·변지민 기자를 차례대로 후원 광고 모델로 내보냈다. 정기 후원을 포함해 지금껏 총 입금 건수는 1천 건에 이른다. 편지에서 밝힌 것처럼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 몰랐”다. “마음속 연간 목표로 세웠던 후원액과 후원자 수는 한 달 만에 이뤄냈습니다. 후원해주신 돈은 너무나 소중한 돈인 줄 잘 압니다.” 에 후원하는 분들을 ‘후원 독자’라 명명했는데, 쪼개고 아낀 돈을 선뜻 내주신 후원 독자가 늘수록 의 존립과 운영은 더욱 독자 중심이 될 것이다. 지난해 “독자가 곧 이다”라고 한 선언은 이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네이버 앱을 버렸지만 대신 독자를 얻었다.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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